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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로 된 한국문학 드물어, 출판사 만들기로 결심”

“불어로 된 한국문학 드물어, 출판사 만들기로 결심”

한윤정 기자 yjhan@kyunghyang.com

 

ㆍ프랑스서 한국문학 웹진 운영…크레센조·김혜경 부부

프랑스어 웹진 ‘글마당’(http://www.keulmadang.com)에는 한국문학 소식이 다채롭고 풍성하게 실려 있다. 소설 <엄마를 부탁해> 프랑스어판을 펴낸 신경숙과의 인터뷰를 비롯해 지난 5월 엑상프로방스·아를르 등 남프랑스에서 열린 소설가 이인성·조경란의 낭독회 소식, 프랑스 비평가 장 벨맹 노엘과 계간 ‘포에지’ 편집장인 클로드 무샤르 파리8대학 명예교수의 기고도 접할 수 있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한국문학 전문 웹진을 운영하는 사람은 장 클로드 드 크레센조 프로방스대 아시아학과 교수(59)와 그의 부인이자 같은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김혜경 박사(47)다. 한국 문단과 폭넓게 교류해온 이들은 2008년부터 ‘글마당’을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조만간 한국문학 전문 출판사를 열 계획이다. 부부는 방학마다 웹진에 소개할 작가들과 문단 동향을 취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 특히 올해는 출판사 준비 때문에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부부를 지난 11일 만났다.

“불어로 번역된 한국문학 작품을 널리 알리고 싶어 웹진을 만들었습니다. 프로방스대에서 한국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한국 시인, 소설가들의 작품세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고요. 프랑스의 어떤 종이잡지나 웹진도 한국문학만을 이야기하는 곳은 없습니다.”

 

 

장 클로드 드 크레센조 교수(왼쪽)와 김혜경 박사가 프랑스어 웹진 ‘글마당’의 구성을 소개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원래 사회학자인 크레센조 교수가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990년대 중반 한국인 사범에게 쿵후와 수지침을 배우면서부터다. 한국역사를 공부하면서 수많은 외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외부를 침략하지 않은 유일한 민족이라는 데 감동을 받았다.

사회학적 관점에서 한국을 연구하기 시작한 그는 유·불·선의 복합적인 철학이 조선시대 통치 이데올로기와 세계관을 형성해 나간 과정, 그리고 1960년 4·19혁명부터 1992년 문민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한국의 정치적 민주화와 급속한 경제발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현대화 과정에서 빚어지는 보수와 진보, 신구 세대의 갈등 역시 흥미로운 요소다.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영어와 불어로 된 한국문학을 읽게 됐다”는 그는 “문학작품을 읽는 것은 다른 국가와 사회를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가 읽었던 한국작가들의 목록은 이청준 이문열 황석영 강석경 이승우 이인성 김영하 신경숙 김애란 최인훈 최인호 김유정 조세희 김동리 박경리 박완서 은희경 고은 등 끝이 없다.

“유난히 급속하게 현대화된 한 나라의 작가들이 갖는 생각에 매력을 느낍니다. 현대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겪은 지독한 고통을 작가들이 어떻게 미적인 감각으로 표현하는지에 관심이 많았어요.”

크레센조 교수는 이승우의 <생의 이면>, 황석영의 <손님>, 최인훈의 <광장>, 이인성의 <미쳐버리고 싶은, 미쳐지지 않는>을 중요한 작품으로 꼽는다.

그는 한·프랑스친선문화협회를 만드는 등 양국 교류에 앞장섰다. 또 2003년 프로방스대 국제통상학과 석사 과정에 한국지역학 전공을 개설했으며, 프로방스대와 한국외국어대의 자매결연도 추진했다. 프랑스에서 불어교육학을 전공한 뒤 당시 외대에서 강의하던 김혜경 박사가 프로방스대 한국어 강사로 부임하고, 동료였던 두 사람은 부부의 인연을 맺기에 이른다.

김혜경 박사는 “남편 덕분에 프랑스에서 한국문학을 알리는 일을 하게 됐는데 매우 즐겁고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첫해에 한국지역학 전공 학생은 3명에 불과했으나 지난 학기에는 전공·부전공·선택·교양을 합쳐 240명이 한국 문화와 언어 수업을 수강했다고 소개했다. 현지의 한국학 전공 학생과 한국 유학생들은 ‘글마당’ 운영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국문화 수업리포트 등 글을 올리기도 한다. 웹진이 알려지면서 한국 관련서의 서평 게재를 의뢰하는 현지 출판사들도 늘었다.

크레센조 교수는 그러나 “아직 프랑스어로 번역되는 한국 작품이 충분하지 않다. 한 해에 소설과 시집은 두세 종, 사회과학서가 한두 종 나오는데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가 직접 출판사를 차리려고 마음먹은 이유는 “좀 더 많은 책이 나와야 하는 것은 물론, 책이 나오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작가의 문학세계가 충분히 소개돼야 하기 때문”이다. 책이 나온 뒤 ‘글마당’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림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 문을 여는 가칭 ‘크레센조 출판사’는 시집·소설·문학사·비평 등을 망라해 1년에 6~8권의 책을 낸다는 계획이다. 또 시장성과 상관없이 문학적으로 의미 있는 작품, 젊은 작가들의 참신한 작품을 소개함으로써 한국의 진정성을 제대로 알리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부부는 현재 김애란의 소설집 <달려라 아비>를 함께 프랑스어로 번역하고 있다. 이번 방문에서 작가와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눴다는 이들은 “크레센조 출판사의 첫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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