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수첩/새빛문화아카데미(시,수필 창작반)

[수필]강릉, 대전사랑 문고사랑의 겨울 문학기행 후기

신디 3357 2014. 9. 28. 08:23

강릉, 대전사랑 문고사랑의 겨울 문학기행 후기 

  - 리아 -
                                                                     

 지난해 12월11일 예정대로 오후6시경 버스가 강릉 고속버스 터미날에 도착했을 때는 주변에 네온싸인이 휘황찬란했다. 횡성 휴계소를 넘어올 때 새하얗던 설경이 마치 다른 나라를 들러 온 듯 강릉의 밤하늘은 맑고 청정한 공기가 1박2일간의 여정에 만사형통을 암시했던 것 같다. 잠시 후 유진희 회장님 부부가 도착하셨다. 마치 이산가족이 만난 듯 서로 부둥켜안고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인근 어느 시골마을에 위치한 회장님 댁 별장으로 갔다.

 

별장은 실내가 친환경적으로 조성되어서 아늑하니 산속 깊은 별장에 온 듯 마음이 편안했다. 별장의 환한 거실에서 회원들은 다시한번 회장님과 뜨거운 포옹을 하며 반가움을 나눴다. 이어 유진희 회장님께서 손수 요리하신 황후 웰빙 밥상인 고급 한정식이 진수성찬으로 식탁에 차려졌다. 식재료도 육류, 해산물, 마른반찬 등 포함하여 술은 손수 담그신 여러 종류의 과일주도 내놓으셨다. 특히 산머루주는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했다. 한덕희 총무(양촌양조 대표 사모님)가 보내드린 생동동주도 충남 양촌의 자부심을 아낌없이 발휘했다.

 

우리가 요리 사진을 찍느라고 이리저리 부산스레 왔다갔다하는 동안 유진희 회장님께서는 전기밥솥에서 밥을 푸고 계셨다. 정말 너무나 따뜻하신 분이셨다. 나중에 들은 말이지만 유 회장님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봉사가 일상이 되신 분이시라고 한다. 거실에는 오디오 시설도 설치되어 있었다. 유 회장 내외분 모두 음악을 좋아하셔서 오디오는 최고급품으로 마련하셨다고 한다.

 

식사를 하며 서로 술잔을 건네고 각자 음악을 선곡해서 TV화면으로 보며 더없이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회장님께서는 평소에 뵙던 모습과 조금도 다름없이 그날 자택에서도 어머니와 같이 인자하셨다. 더욱이 그 많은 음식을 혼자서 온갖 정성을 다해 장만하신 거 같아 얼마나 힘드셨을까, 하는 생각에 송구스럽기조차 했다. 대전사랑 문고사랑의 "송년의 밤" 은 그렇게 뜨겁게 온밤을 하얗게 지새우다시피 했다. 장작불을 하루 종일 지펴서 덥혔다는 황토방에서의 하룻밤도 잊을 수가 없다. 힐링이었으니까 말이다.

 

이튿날은 일출을 보러가기 위해 일찍 잠에서 깼다. 회장님 내외분은 벌써 일어나셔서 회장님 남편되시는 대표님께서는 집안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계시고, 유 회장님은 새벽 바닷 바람이 차갑다고 호박죽을 끓여 식탁에 담아놓고 계셨다. 오전 7시30분, 우리는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예정된 시간에 집을 나섰다. 사실 그 전날 대전 복합터미날에서 오후3시 강릉행 고속버스를 타고 출발하던 날은 날씨가 궂었다. 온종일 눈이 오다가, 비가 오다가, 해 떴다가, 이내 다시 눈바람이 흩날리면서 스산한 것은 차치하고 참가인원도 총 여섯 명으로 다른 때에 비해 턱없이 조촐했다. 참가명단은 한덕희 총무, 호은수, 길선주, 송은애 운영위원장 외 나를 포함한 두 명이 더 갔다.

 

설상가상으로 버스가 영동 고속도로를 들어서면서부터는 눈바람이 부옇게 회오리 바람처럼 불어 신경이 곤두섰다. 그러나 차창으로 보이는 산등성이에 눈이 금세 하얗게 쌓이는 설경에 우린 그만 환호성을 질렀다. “와우, 멋있다!” 서로들 사진 찍기에 바빴음은 당연했다. 횡성 휴게소에 들렀을 때는 어둑해진 하늘에 땅이 얼고 체감온도는 어찌나 춥고 손이 시리던지 북녘 시베리아에 온 것만 같았다. 한덕희 총무가 시린 손을 비비며 빙판 위를 걸어가서 금방 뽑은 따끈한 커피와 스낵 종류를 사와서 먹는데 그 맛이 지금도 그립다. 아니, 맛도 맛이지만 그때의 정겹던 시간들이 그리움으로 남아있음이라. 그래서일까, 그 어느 때보다도 즐거운 여정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게다.

 

잠시 상념에 잠겨있는 동안 승합차는 골목길을 빠져나와 경포대를 향하고 있었다. 유 회장의 남편 되시는 대표님은 운전을 하시면서도 위트와 유머를 곁들여 주변 경관 설명과 함께 아침해를 맞이하게 해주셨다. 일출은 과연 웅장하고 거대했다! 짙푸른 바다 수평선 너머로 주위를 붉게 물들이며 찬란하게 떠오르는 일출을 보며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진한 감동이 물밀 듯 가슴을 에웠다. 참으로 뜻 깊은 아침이었다. 유 회장님께서 단체 사진을 찍자고 제안하셨다. 사실 그곳까지 오면서 사진을 찍는 즉시 대전에 남아있는 회원들한테 카톡으로 전송하던 참이었다. 각기 바쁜 일로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카톡 사진을 보며 일출의 감동이 전해졌으리라. 우리는 한마음이니까 말이다.

 

경포대 일출을 본 후 인근 경포호수를 지나 허균, 허난설헌 생가터와 기념관을 둘러보고, 그 앞에 위치한 강릉 토속음식인 토담순두부찌개로 아침식사를 하였다. 그날 아침 일찍 유 회장님께서 끓여주신 호박죽을 맛있게 먹고 왔음에도 추운 겨울날 토담순두부찌게는 별미였다. 그리고 강릉항을 둘러보고 정동진으로 향했다. 차량도 강릉을 방문하는 유 회장 내외분의 친인척을 모시기 위해 여러 명이 탑승할 수 있는 스타렉스 리무진을 구입하셨다고 한다.

 

정동진역 앞에 도착하자 해안에 낯익은 모래시계 소나무 한 그루가 반갑게 맞이했다. 오래전 SBS TV 드라마 ‘모래시계’ 한 장면이었다. 유래를 들으며 모래시계 소나무 앞에서 단체 사진 찰칵! 이어 썬크루즈 탐방, 크루즈 조각공원 입구의 조각작품 관람. 밀레니엄 모래시계 앞에서도 단체사진 찰칵! 기차 카페 & 시계 박물관, 안인진리 ‘강릉 통일공원’을 견학할 때는 해안 가까이에서 하얗게 포말을 일으키며 철썩이던 파도를 보며 환성을 질렀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에는 청명한 겨울날씨가 한몫했던 것 같다. 그날의 일정은 해군 함대 선박과 잠수함 내부를 견학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점심 식사는 맛집으로 유명한 고향횟집에서 “참가자미 세꼬시 회덮밥”이었다. 고향횟집은 유 회장님 내외분의 단골식당이라고 한다. 점심 식사비는 유 회장님 남편 되시는 대표님께서 쾌척하셨다. 강릉에서 머물던 1박2일간 스타렉스 리무진 운전도 해주시고 음식 값도 내주시고, 강릉 안내도 서슴없이 해주신 유 회장님 남편되시는 대표님께 정말 감사했다. 한 곳이라도 더 보여 주실려고 두 분 내외분이 꼼꼼하게 챙기시는 모습은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테다.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유 회장님 내외분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누고 강릉을 출발했다. 대전으로 오는 고속도로는 갈 때처럼 눈보라가 휘날리며 겨울 여행을 실감나게 했다.

 

강릉 문학기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그 무엇보다도 "대전사랑 문고사랑" 회원들과의 좋은 만남이다. 특히 유진희 회장님, 혹 잠시 스쳐가는 인연일 지라도 이렇게 좋은 분이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만 해도 흐믓하기만 하다. 강릉에서의 추억은 한겨울에 몸 안에 지닌 손난로처럼 늘 내 안에서 나를 따뜻하게 덥혀줄 것만 같다. 그리고 함게 할 수있도록 주선해주신 송은애 운영위원장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음 기회에 또 같이 할 수 있기를 간절히 고대해봅니다.

 


  ―『9월의 노래』(2014년)


    대전사랑 문고사랑 회원모음집  *통권 제5호 *

 

 * 대전 출생. 2010 『시에』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