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 ♡
나는 해마다 12월이 되면 발레나 오페라, 뮤지컬등 되도록 무대가 아름다운것으로 공연을 관람한다. 그건 아마 건조한
내 생활을 문화예술이라는 숙련된 매개체를 통해 조금이나마 윤택하게 함인지도 모른다.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귀하를 샹제리제 거리로 초대합니다.
<2003 라보엠>
사실 근래에는 아름다운것이라면 반듯이 오페라 라보엠이 아니라도 무엇이든 관람하고 싶었던 터다. 그래서
늘 하던대로
티켓링크에 접속해서 차례로 공연일정을 보는데, 유독 오페라 라보엠이 눈에 들어왔다.
알리 뮈르제의 소설 <보헤미안의 생활>을 원작으로 한 푸치니의 네 번째 오페라 <라보엠>...........
1830년 파리. 싸구려 아파트에 사는 가난한 여공 미미와 시인 로돌포와의 슬픈 사랑을 주제로 젊은 파리지앙들의
우정과 사랑을 부제로,
삶에 지친 현대인의 감성을 자극하는 매력적인 스토리라는 전제는 나를 충분히 유혹했다.
이번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공연된 라보엠은 정말 완벽했다.
사실 12월은 성탄절이다 년말이다해서 한껏 분주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웬지 허전함 때문에 한시도
편치 않았 던거 같다.
눈이 올것만 같은 잿빛 하늘을 보고있노라면 누군가 생각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가도, 막상 생각해볼려면
이렇다하게 생각나는 사람도 없는...
그래선지 뭔지모를 공허감이 들쑤셔대서 나는 억지로 공연을 관람하는지도 모른다.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2003 라보엠>
아름다운 파리 샹제리제 거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원형무대엔 때마침 내리는 눈이 오색가지로 빛나는 조명과 더불어 너무도 아름다웠다.
오페라 전편을 흐르는
아름다운 선율의 아리아 때문인지 원형무대는 실제 샹제리제 거리보다도 더욱 감동적이었다.
나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네온싸인이 아름답게 빛나는 샹제리제 거리를 걷던 적이 있었다.
허나 그때는 그저 거리 풍경이었을 뿐 이렇게 감동적이지는 않았다. 아니 아름답기는커녕 너무도 추웠다.
털 외투를 입었는데두
옷깃사이로 스며들던 차고 습한 바람은 뼛 속까지 얼어 붙는 듯 추웠다. 어렵사리 찾아 들어간 거리 모퉁이 카페는
또 어떠했던가.
마치 굴뚝에서 연기가 쏟아지듯 담배연기로 자욱해서 숨도 쉴 수 없는데다가, 발아래는 담배꽁초가 가득해서
어디 한군데 발디딜틈도 없었다.
더구나 작은 카페는 좀 늦은 시간이어선지 앉을 자리조차도 없었다.
카페에서 따뜻한 차 한잔 마시지도 못한채 그 추운 황무지 벌판으로 다시 내쳐졌을 때... 추위와 외로움이 범벅이 되어
몸서리 쳐지던 샹제리제 거리였는데.... 그날 원형무대에 올려진 눈 내리는 샹제리제 거리는 너무도 아름다웠다.
젊은 시인 로돌포는 폐병을 앓고있는 여공 미미와 애틋한 사랑을 나누지만 그러나 둘은 너무도 가난하여 함께 살 수
없게되고, 미미는 돈 많은 귀족노인에게 생계를 의탁하게된다. 병이 악화된 그녀는 끝내 로돌포를 잊지못하고 빈사 상태에
이르러 로돌포에게 돌아온다.
사랑하는 연인들의 열창 때문인지 한겨울인데도 무대는 뜨거웠다.
관객들의 가슴에도 눈이 내린다. 캄캄한 관람석은 장막이 쳐진 듯 숨소리 하나 나지 않은 채 엄숙했다.....
내 가슴에도 눈이 내린다..... 흰 눈이, 흰눈이 가슴이고 눈 두덩이고 간에 막 흩날린다......
아, 사랑하는 로돌포, 마침내 그가 오나보다!
..................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2003 라보엠>,
영원히 잊지 못할 한 편의 아름다운 아름답고 따뚯한 사랑의 감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