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수원 / 광교저수지 둘레길을 걸으며
2020. 04. 06.(월)
이런 저런 이유로 수원은 나에게 각별하다.
물론 지난 가을 생생 번개 장소였던 '화성'을 포함, 서너번 간 것이 전부이지만
유서 깊은 수원 못잖게 나에게도 각각의 사연은 특별하다.
하지만, 갈 때마다 매번 처음 간 것처럼 새롭다면 어찌된건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항상 처음 온 것처럼 허둥 대니 대체 어떻게 된건지...
실은 그래서 안프로님한테 한방 먹었지만. ㅎㅎ
7번 출구. 암튼 가까스로 안프로님과 이 선생님을 만나서 곧장 시내버스 13번을 타고 출발.
우리가 탄 버스는 시장 안 좁은 골목길 같은 곳을 가는데 문득 연태 48번 버스를 타고 가는 듯 했다.
연태 해수욕장에서 시내버스 48번을 타고 동원호텔까지 갈 때 그 느낌...
재미있었다. 한참을 가는데 안프로님이 차창 밖을 가리켜서 내다보니 우람한 성벽이 보인다.
지난 가을 우리가 갔던 '화성'이라고.
사실 나는 이번에도 그때 갔던 화성 그 코스로 가보고 싶었었다.
시내버스가 한참을 달려 벚꽃나무 길로 들어서자 풋풋한 봄향기가 코를 찌른다.
우리는 광교 저수지 앞에서 하차, 광교저수지 둘레길을 걷는 데 일행은 달랑 세명이었지만
열세명처럼 넉넉하게 느껴졌다. 말없이 우리와 동행하는 각종 꽃, 나무, 저수지, 산길이 길을 터 준다.
아~, 이 황홀한 느낌!!
얼만큼 갔을 까. 안프로님이 휴식을 선언. 우리는 언덕 같은 산 중턱에 자리를 펴고 앉았다.
이내 안프로님이 준비해오신 안주와 술이 펼쳐졌다. 고량주, 소주, 맥주 ...
나는 언제 그렇게 멋진 산행을 했는지 기억도 안난다.
나도 한 때는 산악회에 있으면서 남한에 있는 산은 두루 다 다녔었다. 아니 중국도 애산, 또 무슨 산인지 하여간
사과 많이 나는 곳인데, 그곳도 갔었고... (두 군데 모두 정상 정복 ㅎㅎ)
그런데 어느날 높은 통굽을 신고 지하도 계단을 뛰어 내려오다가 아이스크림을 밟고 미끄러져서
무릅 인대를 다쳤다. 6개월 정도 근신, 나았는데, 다시 뛰어다녀서 재발,
의사의 권고로 구두를 벗고 운동화를 신고 다니고, 그 후는 산행과도 이별. ㅠㅠ
그런데 정말 오랜 만에 산상의 낭만을 가져보게 된 것이다.
- 안프로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그렇게 우리는 산상에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른채 여행 이야기로 즐거운 수다가 이어졌다.
- 이상만 선생님, 함께 한 시간 정말 너무 반갑고 즐거웠어요.
저녁은 안프로님의 안내로 그 부근 유명한 보리밥집에서 맛난 막걸리를 반주로 보리밥을 비벼먹었다.
식당은 우리나라 전통 악기가 구비된 곳으로 분위기 있었다. 막걸리도 마시고
밥을 먹고 나오니 시골 향기 물씬! 심호흡을 하며 도로로 나오자 길건너 광교저수지 둘레길에 벚꽃 야경이
화려했다. 각기 기념 촬영을 한후, 택시를 타고 수원역으로 출발..
수원역사 2층 파스쿠치에서 이상만 선생님께서 맛난 커피 쾌척!!
맛난 커피와 라떼를 마시며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눴다. 우리 세명! ㅎㅎ
셋이 각자 다니면서도 하나인듯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대전행 기차가 들어온다.
그날 내내 동행했던 꽃, 나무, 저수지, 산길은 어느새 내 옆으로와서 속삭인다
담에 또 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