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Tea 상식
명품이 주는 그 '뿌듯함'..'파노플리 효과'를 아시나요
신디 3357
2012. 7. 1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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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마로니에 2길. 300m 남짓한 이 골목을 걸으면 조금 과장을 보태서 열 걸음마다 하나씩 '이것'이 보인다. 왼편에 하나가 있으면 오른편에도 반드시 하나가 보인다. KB 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펴낸 '월간산업동향(2011-06호)'에 따르면 2006년 말 1500개에 불과했던 '이것'은 지난해 말 6배 이상 증가해 9400여개에 이르렀다. 또한 1999년 2660억원이었던 '이것'의 시장 규모는 올해까지 약 10배 이상 성장해 2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거리를 걸으면 일부러 찾지 않아도 눈에 띌 만큼 그 수가 많아진 '이것'은 커피전문점이다. 몇해 전부터 급격히 늘어난 커피전문점의 수. 이렇게나 많은 커피전문점이 생겨난 이유는 무엇일까. 소비자학이나 사회학 전문가들은 이 문제의 답을 '파노플리 효과(effet de panoplie)'에서 찾는다. '브랜드' 커피를 마시면 마치 스스로가 어떤 값어치 있는 '브랜드' 집단에 속하게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명품을 사 본 사람이라면 명품이 가져다주는 그 '뿌듯함'을 잘 알 것이다. 어떤 물건을 사면서 특정 집단에 속한다는 환상을 느끼는 것, 명품 뒤에 숨은 '뿌듯함'이 바로 오늘 지식의 주인공인 '파노플리 효과'다. 현대 소비이론가인 콜린 캠벨(Colin Campbell)은 소비엔 사람들이 상상 속에서 맛본 즐거움을 현실에서 경험하려는 욕망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캠벨은 또 이 같은 욕망을 실현해주는 수단이 되는 게 상품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제품 자체에서 만족을 찾기 보다는 제품이 가진 이미지로부터 만족과 위안을 얻는다는 것이다. 미국 사회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렌(Thorstein Veblen)의 주장도 이와 다르지 않다. 베블렌은 사회적으로 더 상층에 있는 사람들이 유행을 만들고 상대적으로 하층에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계속 뒤따른다는 '트리클다운(trickle-down)' 소비 이론을 이야기했다. 베블렌의 주장은 소비를 신분추구 수단으로만 분석했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프랑스 사회학자인 장 보드리야르가 말한 '파노플리 효과'와 맥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파노플리 효과는 1980년대에 나온 개념으로, 특정 상품을 사면 그 상품을 소비할 것으로 보이는 집단에 속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현상을 말한다. 파노플리 효과가 적용되는 상품의 대표적 예로는 명품 가방이나 옷, 화장품 등이 있다. '나도 저들처럼 되고 싶다'는 욕망의 손길이 만들어낸 파노플리 효과. 이 효과를 가진 상품은 비단 명품 가방 뿐은 아니다. '농구 황제'로 불리는 마이클 조던의 이름을 딴 운동화 시리즈인 나이키의 에어 조던 시리즈에서도 파노플리 효과는 그대로 드러난다. 나이키가 1985년 '에어 조던 1'을 시장에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2008년 '에어 조던 23'을 선보이기까지, 에어 조던 시리즈 운동화에 새겨진 점프맨 로고는 수많은 사람들의 욕망을 채워줬다. 사람들은 떠오르는 신인에서 올스타전 MVP, 정규 리그 MVP, 득점왕을 거쳐 코트의 황제로 자리매김한 조던의 농구 인생을 소비했다. 에어 조던 시리즈의 성공은 '나도 조던처럼'이라는 파노플리 효과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수필가이자 시인인 피천득 선생은 '인연'에서 자신이 담배를 피우게 된 사연을 털어놓았는데, 여기에도 파노플리 효과가 녹아있다. '잉그리드 버그만이 필립 모리스를 피운다는 기사를 읽고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내가 모리스 한 갑을 피워 본 일이 있다. 20센트로 같은 기쁨을 가졌던 것이다'라는 대목이 그것이다. 그는 '잉그리드 버그만 처럼'이라는 파노플리 효과를 이렇게 쓰고 있다. 담배나 술, 그리고 화장품까지에도 관록이 붙는다고 말이다. '인연'에는 상품이 아닌 또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파노플리 효과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영국 낭만파 시인인 바이런에 관한 일화다. 미남이었던 바이런이 영국 사교계의 별로 떠올랐을 때 사람들은 바이런처럼 옷을 입고 바이런 같은 웃음을 지었으며 바이런의 걸음걸이를 흉내 냈다. 그런데 바이런은 약간 절름발이였다. 1800년대 당시 영국 런던에 수많은 절름발이를 만든 것 역시 파노플리 효과였다. ◆파노플리 효과=어떤 물건을 사면서 특정 집단에 속한다는 환상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브랜드' 커피를 마시면 마치 스스로가 어떤 값어치 있는 '브랜드' 집단에 속하게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게 대표적인 예다. 프랑스 사회학자인 장 보드리야르가 1980년대에 들고 나온 개념이다. 성정은 기자 jeun@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