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영화이야기 Movies
“외모, 연기에 양보하세요”…톰 크루즈 파란만장 변신 성공기
신디 3357
2012. 8. 11. 03:56
'락 오브 에이지'(감독 애덤 쉥크만)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보러간 관객이라면, 톰 크루즈의 모습에 깜짝 놀랄지도 모르겠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엘리트 요원 '이단 헌트'(미션 임파서블4:고스트 프로토콜))였던 톰 크루즈가 나사가 반쯤 풀린 듯한 열정의 로커 스테이시 잭스로 변신해 연신 '록 스피릿'을 외치고 있으니.
생각해보면 톰 크루즈는 늘 변신에 관대한 배우였다. 그는 관객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작품에서 관객의 허를 찌르는 이미지와 연기로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의 변신은 외,내면을 동시에 망가뜨리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스스로 외모를 희화화시키며 망가지는가 하면, 기존의 이미지를 전복시키는 캐릭터로 관객들에게 의외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변신을 위한 변신은 안하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낳기도 하지만, 톰 크루즈의 변신은 목적과 의미 달성 면에서 모두 성공적이었다. 톰 크루즈는 변신 잔혹사, 아닌 변신 성공사를 살펴봤다.
'락 오브 에이지'(2012)에서 톰 크루즈는 희대의 록스타 '스테이시 잭스'로 분했다. 잭스는 늘 술에 쩔어 있고, 툭하면 잠수나 타는 통제 불능 록스타다.
톰 크루즈는 헝클어진 머리에 반쯤 풀린 눈으로 등장해 관객을 충격에 몰아넣은 뒤, 깜짝 놀랄만한 노래 실력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그는 이 영화에서 여덟 곡의 록 넘버를 직접 소화하며 숨겨놓았던 가창력까지 과시했다.
심지어 영화 말미에 이르러서는 발정 난 강아지 마냥 여자 앞에서 열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민망한 연기까지 서슴없이 구사해 관객의 웃음을 자극한다.
따지고 보면 톰 크루즈는 이 영화의 주연도 아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스테이시 잭스를 동경하는 풋내기 록 밴드 보컬 드류(디에고 보네타 분)와 시골에서 상경한 가수 지망생 셔리(줄리안 허프 분)다. 두 젊은 남녀의 꿈과 사랑을 담은 '락 오브 에이지'에서 톰 크루즈는 감초 조연을 자처하며, 주연을 능가하는 빛나는 존재감을 발산했다.
톰 크루즈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인상적인 영화를 꼽으라고 한다면 '매그놀리아'(1999)를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의 대표적인 작가주의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에게 베를린 영화제 그랑프리를 선사하기도 한 '매그놀리아'에서 그는 파격적인 변신으로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이 영화에서 톰 크루즈는 "여성을 유혹하여 정복하라"는 남성 우월주의의 '여성 공략법'을 설파하는 강연가 맥케이로 등장한다. 남성 편향적인 강연 내용으로 편견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지만, 영화 후반부 맥케이의 비운의 가정사가 드러나면서 톰 크루즈의 섬세한 연기력은 빛난다.
특히 영화 중반부 사이비 종교 교주와 같은 강렬한 카리스마로 청중을 사로잡는 그의 강연 연기는 두고두고 회자되었다. 톰 크루즈는 이 영화에서의 열연에 힘입어 그해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에도 노미네이트되는 기쁨을 맛봤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는 앞에 두 영화에 비하면 다소 얌전한(?) 변신이다. 그러나 당시 톰 크루즈가 절정의 꽃미모를 자랑하던 시절이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당시 톰 크루즈는 '탑건'(1986)의 성공 이후 승승장구 하며 할리우드 톱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톰 크루즈는 이 영화에서는 악의 화신으로 분하며 의외의 변신을 시도했다. 사악한 뱀파이어 '레스타트' 역할을 맡은 톰 크루즈는 영화 초중반부까지는 조각 외모를 내세워 여심을 사로잡지만, 중반 이후 탐욕에 물들어 몰락해가는 충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말미 한 떨기 꽃 같았던 외모는 추하디 추한 몰골로 변신하고, 레스타트는 처참한 죽음을 맞이한다.
이 작품 전까지 정의감 넘치는 캐릭터로 모범 청년 이미지를 쌓아온 그가 탐욕에 찬 뱀파이어 역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다소 의외였다.이 영화에서 제작과 주연을 겸했던 톰 크루즈는 마성의 뱀파이어 역할을 떠오르는 스타 브래드 피트에게 양보하고 자신은 2인자에 머무르는 길을 택했다.
당시 내한 기자회견에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톰 크루즈는 "내 이미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언제든지 마음에 드는 배역을 택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때부터 톰 크루즈는 미남 스타의 안정한 행보가 아닌, 배우로서의 성장하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ebada@sbs.co.kr
< 사진 = 각 영화 스틸컷 >
( http://etv.sbs.co.kr )
☞ SBS E! 공식[페이스북][트위터]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