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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대행업체 이상한 규정

신디 3357 2012. 10. 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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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책동네 이야기]
저작권 대행업체 이상한 규정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 khhan21@hanmail.net

1980년대는 시의 시대로 일컬어졌다. 장기 군사독재정권의 폭압으로 자유로운 삶을 압박받던 사람들이 시에 위안받으면서 시가 폭발했다. 그러나 이념시나 민중시라는 불로 뜨거워진 대중의 몸을 식혀준 것은 서정시였다. 1987년에는 서정윤의 ‘홀로서기’와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이 베스트셀러 1, 2위를 휩쓸 정도로 정점을 달렸다. 그즈음 이해인, 김초혜 등의 시들도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대중에게 크나큰 위안을 안겨줬다. 이후 시는 무명 시인들이 사랑과 이별을 어설프게 노래한 ‘대중시(낙서시)’에 밀리다가 인터넷이 등장하고 대학가에 ‘4행시’ 열풍이 불면서, 지금은 시집을 초판 1000부도 팔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시를 필요로 한다. 시는 교과서, 학습지, 단행본 등에 재수록되거나 방송, 공연 등에서 낭송되며 수익이 발생한다. 출판업자가 단행본에 시 한 편을 절반 이상 인용하면 계약기간 3년, 발행부수 2만 부 기준으로 5만2500원을, 한 연만 인용해도 3만1500원을 부담해야 한다. 학습참고서에 인용할 때는 이보다 초기 비용은 떨어지지만 1만 부 기준이라 전체 수익은 더 많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한때 잘나가던 유명 시인들조차 시집의 인세나 신작 고료보다 재수록에 따른 저작권 수익이 훨씬 많다. 소설이나 동화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 저작권자와 사용업체가 너무 많다 보니 저작권자가 직접 관리하기 어렵다. 그래서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라는 저작권 대행업체가 등장했다. 작가나 시인이 협회에 저작권을 신탁하면 협회가 대신 관리해준다. 이 협회 약관에 따르면 “위탁자는 현재 소유하고 있는 저작권 및 장차 취득하는 저작권을 저작권신탁계약서에 규정(이하 ‘신탁저작권’이라 한다)한 바에 따라 수탁자에게 신탁하고, 수탁자는 위탁자를 위하여 이를 관리하고 이로 인하여 얻어진 저작물 사용료 등을 위탁자에게 분배한다”고 돼 있다.

최근 글뿌리출판사가 ‘창작동화전집’(총 60권)을 묶어냈다. 한데 전집에는 이미 다른 출판사에서 판매 중인 작품 41권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안겨줬다. 글뿌리출판사는 2009년 11월 이 협회를 통해 저작권 계약을 맺고 2010년 10월에 출간했지만, 협회는 그 사실을 저자들에게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문제는 글뿌리출판사의 행태가 현재로서는 어이없게도 합법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 전에 작품을 출판한 출판사들이 불법이며, 저작권자는 협회의 허락 없이 출판사와 신간 계약을 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협회가 신탁 시기와 관계없이 과거, 현재, 미래의 저작재산권을 포괄적으로 신탁하도록 돼 있는 규정을 악용하면 앞으로도 이런 사태는 속출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저작권자가 자기 의지에 따라 부분 신탁을 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협회의 약관이 개정돼야 할 것이다.

한기호의 책동네 이야기
저작권 대행업체 이상한 규정 [ 2011. 02. 28 ]
1980년대는 시의 시대로 일컬어졌다. 장기 군사독재정권의 폭압으로 자유로운 삶을 압박받던 사람들이 시에 위안받으면서 시가 폭발했다. 그러나 이념시나 민중시라는 불로 뜨거워진 대중의 몸을 식혀준 것은 서정시였다. 1987년에는 서정윤의 ‘홀로서기’와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이 베스트셀러 1, 2위를 휩쓸 정도로 정점을 달렸다. 그즈음 이해인, 김초혜 등의 시들도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대중에게 크나큰 위안을 안겨줬다. 이후 시는 무명 시인들이 사랑과 이별을 어설프게 노래한 ‘대중시(낙서시)’에 밀리다가 인터넷이 등장하고 대학가에 ‘4행시’ 열풍이 불면서, 지금은 시집을 초판 1000부도 팔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시를 필요로 한다. 시는 교과서, 학습지, 단행본 등에 재수록되거나 방송, 공연 등에서 낭송되며 수익이 발생한다. 출판업자가 단행본에 시 ...
‘배보다 배꼽’ 큰 아동출판시장 [ 2011. 02. 21 ]
1990년대 출판시장의 ‘블루오션’은 아동출판이었다. 경박단소한 책들이 서점의 서가를 뒤덮는 현실에서 부모가 된 386세대가 자녀들에게 좋은 책을 골라 읽히려는 열의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비전이 있는, 수준 높은 기획서의 안정적인 판매가 가능해졌다는 것도 한 이유가 됐다. 물론 여기에는 저작권 확립이라는 변수도 작용했다. 유명한 출판사치고 아동출판물을 펴내지 않는 곳이 없지만 작금의 현실은 예전만 못하다. 많은 출판사가 아동출판물을 계륵처럼 여기는 형편이 된 것이다. 소비자의 눈이 높아진 탓에 우리 아동출판의 수준은 책을 잘 만들지 않으면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일취월장했다.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은 세계적인 상을 해마다 받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책을 읽히려는 열기와 관계없이 아동출판시장은 저절로 축소되는 실정이다. 2000년에 1138만3000명이던 학...
비틀즈 앤솔로지, 백남준 傅記 [ 2011. 02. 14 ]
요즘 ‘비틀즈 앤솔로지’를 펴낸 출판사 오픈하우스에는 편집자들이 자주 방문한다. 9만8000원이나 하는 이 책의 출간 일화를 듣기 위해서다. 한 편집자는 출판계 종사자들이 이 책을 1000부는 소화해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2000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을 수많은 출판사 편집자가 펴내려고 시도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한 점을 이유로 들었다. 번역판 출간에 1억 원쯤 들어간 이 책은 1500부가 손익분기점이다. ‘비틀즈 앤솔로지’는 비틀즈가 자신들의 삶을 정리한 자서전이다. 존 레넌,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등 네 멤버는 이제 영국의 자랑일 뿐 아니라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다. 비틀즈는 1970년 해체됐지만 2000년 출간 즈음에 발매된 비틀즈의 새로운 컴필레이션 음반 ‘1’은 당시 30여 개국 차트에서 정상을 차지한 것은 물론 이후 10년 동안 3000만 장이나 팔렸다. 비틀즈...
1000만 달러 선인세 레이스 [ 2011. 01. 31 ]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열풍을 몰고 온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는 요즘 최고의 화제인물이다. 그가 갑작스러운 휴가를 떠날 때마다 끊임없이 건강 이상설이 터져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1월 16일자에서 그동안 자신에 관한 어떤 책도 내기를 꺼려온 그가 ‘타임’의 편집장 출신인 월터 아이작슨과 손잡고 자신의 생애를 조명한 전기를 출간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새로운 화제를 만들어냈다. 잡스는 그동안 자신의 전기를 펴내는 것을 완강히 거부해왔다. 그의 동의를 받지 않고 나온 책에 대해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나 최근 건강문제를 겪으면서 마음이 바뀌었는지 자신의 성장과정과 애플 창업기,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나 절치부심 끝에 화려하게 복귀해 기술혁명을 이끈 이야기 등 그의 일생 대부분을 그린 책이 나올 모양이다. 이런 사실을 확인해주는 것은 국내 출판...
드디어 책 읽는 20대의 귀환 [ 2011. 01. 24 ]
1990년대 중반 시장을 교란하는 세대는 10대로 보았다. 1995년 말에 당시 5개월째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던 ‘천년의 사랑’(양귀자, 살림)을 밀어낸 책은 10대의 강력한 지원을 받은 ‘좀머 씨 이야기’(파트리크 쥐스킨트, 열린책들)였다. 주인공 좀머 씨가 소설에서 유일하게 내뱉은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란 말이 10대들에게 회자되면서 ‘좀머 씨 이야기’는 결국 밀리언셀러가 됐고, 쥐스킨트의 책은 나올 때마다 대대적인 판매부수를 기록했다. 사실 1980년대만 해도 출판시장의 주류 독자는 20대였다. 20대 오피스 레이디들은 가벼운 에세이나 감각적인 소설을 그야말로 열렬히 읽었다. 공지영을 스타작가로 굳혀준 ‘고등어’(오픈하우스)가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것도 1995년이었다. 등 푸른 고등어처럼 바다를 헤엄쳐 다니며 1980년대라는 세월을 자유롭게 산 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