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수첩/새빛문화아카데미(시,수필 창작반)
공기의 꿈 · 3 / 손종호
신디 3357
2013. 3. 2. 06:00
공기의 꿈 · 3
손종호
누가 기다리고 있는가
세상의 길들은 불빛 속에 매몰되어
안개 아득한 날
빈 하늘에
창 하나 열어놓고
누가 날 기다리고 있는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바람의 등 뒤엔 풀잎,
풀잎의 등 뒤엔 허공, 허공의 등 뒤엔
빛의 숨결이 고요히 파도 치고 있을 뿐,
나무가 내뱉는 숨은 내가 들이마시고
내가 내뱉는 숨은 나무가 들이마신다.
허공이 내뱉는 숨은
구름이 되고
구름이 내뱉는 숨은
허공이 된다.
만나고 흩어지는 무심한 반복의 물살이여.
심장을 돌아나오는 것들은 모두가
시초에 닿아 있듯이
내 아비의 그 아비의 아비의
먼 핏줄을 접어 올라가면
홀연 목메이듯
막막한 눈발이 되는 사랑
그리고 그리움.
누가 기다리고 있는가
세상의 길들은 왼편으로 기울어
상류는 캄캄한 안개,
시린 하늘에
별 하나 걸어두고
밤새워 누가 나를 부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