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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백패킹이다] 강원도 인제군 마장터
신디 3357
2013. 3. 4. 11:11
[이제는 백패킹이다] 강원도 인제군 마장터
이곳에서 텔레파시를 보낸다. 월간마운틴 글 안준영 기자 |사진 이영준 기자 입력 2013.02.28 15:23 수정 2013.02.28 15:27
산 속에서 하룻밤 묵을 것을 목적으로 애써 무거운 짐을 메고 들어온 산이다. 겨울 산행지로 인기가 좋은 설악산을 곁에 두고 마장터를 찾은 이유는 사람을 피해서이다. 한때는 장이 서기도 하고 여러 가호가 모여 살았다는 곳 마장터. 이제는 부러 찾아가는 사람들 몇몇의 발자국이 좁은 눈길에 남아 있을 뿐이다.
이름만 남은 마장터
마장터(馬場터), 이름만 들어보면 말을 사고파는 마장이 서서 마장터라고 됐을 거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인제군청 홈페이지에서도 마장터의 유래를 "옛날에 말장이 섰다하여 마장터라고 불렀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바로 납득이 가지는 않는다. 말을 사고파는 일이 지금으로 치자면 차를 사고파는 일인데 말을 굳이 산속에서 사고팔았을 것 같지가 않다. 이보다는 조금 더 신뢰가 가는 설이 하나 더 있다. 마장터는 산골마을 인제와 바닷가마을 속초를 이어주는 대간령으로 가는 길에 있다. 마장터는 나그네들의 휴게소였던 것이다. 마장터라는 이름도 마방과 주막 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장터'라는 이름에 걸맞게 여기서 장도 서기는 섰던 모양인데 주로 말보다는 특산물이나 생필품을 사고팔았던 것 같다. 속초 사람들은 고등어, 명태, 미역 등 해산물을, 인제 사람들은 감자와 콩, 팥 등 곡물을 지게에 지고 올라와 이곳 마장터에서 수산물과 농산물을 교환한 것이다. 전해지는 얘기로는, 옛날에는 30여 호가 살았고 주막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주위에 진부령과 미시령이 생기고, 이동수단이 차량으로 변하면서부터 마장터는 쇠퇴하기 시작하였다. 무장공비 사건이 잦던 70년대에 화전정리 사업과 맞물려 마장터 주민들은 모두 이주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백두대간 등산로의 최북단 코스 중의 일부가 되어 사람들에게 아주 잊힌 것만은 아니다.
트레킹을 하는 등산객들은 진부령에서 시작해 마산을 올랐다가 마장터로 하산하거나 박달나무 쉼터를 들머리로 마장터를 거쳐 같은 코스로 오르곤 한다. 이 코스는 5시간이 넘게 소요되므로 트래킹을 하는 데에는 이른 출발이 필요하다. 하지만 박달나무 쉼터에서 시작해 마장터까지만 와서 하룻밤을 묵으려는 백패커라면 여유롭게 출발하는 편이 차라리 좋다. 일찍부터 마장터에 도착해서 텐트를 치고 해가 지길 기다려야하기에는 이른 봄이라도 너무 추울 수 있다. 박달나무쉼터에서 마장터까지는 3km 정도로 1시간 가량의 산행으로 갈 수 있다. 오후 2~3시에 출발한다 해도 해가 아직 남아 있는 시간에 도착할 수 있고, 도착하고 나서 1~2시간 후면 해가 지는 편이 더 좋을 수도 있다.
박달나무 쉼터에서 소간령으로 가기 위해서는 계곡을 건너야 한다. 아직까지 계곡은 대부분을 얼어붙어 있다. 하지만 날이 풀리는 때에는 얼음 층이 얇아지기 때문에 되도록 눈이나 얼음이 덮여 있지 않은 바위 부분을 침착하게 밟으며 건너야 한다. 두껍게 얼었으리라 믿고 얼음층을 자신 있게 건너다가는 자칫 잘못해서 미끄러져 넘어지거나 얼음이 깨지는 바람에 계곡에 빠져 몸을 적실 우려가 있다. 건너가는 계곡 부분에는 기암절벽이 보이는데 그 바위 이름은 창암이다. 계곡의 어느 부분에서 건너가야 할지 몰라 무조건 상류로 올라가지 말고 창암을 이정표 삼아 계곡을 건너면 초입부터 헤매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마장터를 찾아가는 길은 험하지 않은 편이다. 산행로는 계곡을 따라가는 형태이며 대체적으로 평탄하다. 산행 중간 중간에 계곡의 폭이 좁은 부분을 건너가야 하지만 오고가는 등산객들이 밟고 다니는 자연 징검다리가 있어서 오히려 산행의 즐거움이 되고 있다. 계곡은 거의가 얼어붙어 있지만 얼음층 밑으로 물 흘러가는 소리가 시원하게 들린다. 겉만 얼고 속은 얼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계곡을 건널 때는 항상 디딜 자리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소간령 고갯길을 지나면 조림지역을 통과하게 된다. 쭉쭉 곧게 뻗은 나무를 보고 전나무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전나무가 아니다. 전나무는 상록침엽수인데 나무는 잎이 다 떨어져 앙상한 가지를 하고 있다. 이 나무는 낙엽송이다. 낙엽송 군락지를 지나면서 부러진 나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가지 쌓인 눈의 무게를 못 이기고 결국은 부러지고 만 것들이다. 어떤 것들은 부러지지는 않았지만 아예 낚싯대인양 휘어버린 것도 있다. 겨울은 사람에게나 나무에게나 그대로 견디기 힘든 것인가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무는 겨울에도 자란다. 눈이 수북하게 쌓였지만 나무 둥치를 보면 눈은 녹고 땅이 드러나 있다. 필시 나무가 눈을 녹여 흡수한 흔적이리라. 나무는 여름보다는 겨울에는 더디게 자라겠지만 더 단단하게 자란다. 낙엽송과 함께 쉽게 볼 수 있는 나무가 자작나무이다. 눈밭에 은빛 자작나무는 산행을 환상감에 젖게 만든다. 자작나무 껍질은 천 년이 가도 썩지 않는다고 한다. 사랑하는 이에게 자작나무 껍질을 벗겨내어 그 위에 편지 한 장 써서 변치 않을 마음을 전해줘도 좋을 것이다.
조림지역을 벗어나면 좁은 산길이 확 트인다. 넓은 평지가 나온다. 오막살이가 있는 곳, 바로 마장터이다. 지금은 마장터에는 네 채의 집이 있다. 그 중 한 집만 사람이 산다. 그나마도 겨울에는 속초로 내려가 지내신다고 하니, 겨울 마장터는 이름이 무색해질 정도로 인적이 드물다. 사람이 살다 간 흔적만 남아있을 뿐, 사람 냄새는 나지 않는다.
텔레파시를 보냅니다
마장터에 도착해서 휴대폰을 꺼내보니 아예 서비스 지역을 이탈했다. 서울 근교의 산에서도 데이터통신은 아직까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무료 메시지 서비스나 SNS를 할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기본적인 문자메시지나 전화 통화까지 안 될 줄은 생각 못 했다. 웬만한 산에서도 휴대폰 안테나는 의기양양하게 네 칸을 다 채우게끔 만들어주는 우리나라 통신회사의 손길이 이곳 마장터에는 닿지 않은 것이다. 어떻게 해도 안 될 것을 깨달았다면 휴대폰은 쓸데없는 배터리 소모를 방지하기 위해서 꺼두는 게 좋다. 휴대폰을 다시 깨우는 방법은 오직 산을 나가는 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렵게 산에 들어와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도 어쩌면 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일몰은 다가오고 트레킹을 하는 등산객들은 모두 하산을 했을 것 같은 시간, 산의 해는 뉘엿뉘엿 저물지 않고 산등성이에 걸린 듯 하다가 어느 순간 추락한 것처럼 사라진다. 그리고 적막한 어둠이 사방을 뒤덮는다. 산이 좋아 찾아 들어온 것이지만 연인과 가족에게 문자 하나 넣을 수 없는 곳에 있으니 그 사람들이 더 그리워진다.
등산 인구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 있어서 이제는 어느 산을 가나 사람과 마주치게 되고, 좁은 산길에 어느 한쪽은 비켜서 주는 등산 문화가 자리 잡았다. 심지어 서울 근교 산에서는 주말이면 산을 줄서서 올라갈 정도로 산이 마치 무슨 유원지처럼 되어 버리기도 했다. 어쩌면 백패킹이 다시 각광받는 것은 이런 번잡함을 피해 새롭게 산을 바라보고자 하는 생각에서인지 모른다.
올라갔다 내려오는 산행은 해가 있는 시간에만 이루어진다. 그러나 산은 해가 없는 시간에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밤의 산을 느껴볼 수 있는 것은 백패커들만의 특권이고, 그 특권을 얻기 위해서는 백패킹을 떠나는 수밖에 없다. 심지어 문명의 이기로 상징되는 휴대폰이 먹통인 곳에서는 산의 적막함을 느껴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늘의 달과 별의 빛밖에 없는 어두운 산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선명하게 머릿속에 떠오르는데 연락할 길이 없다면 안 되는 휴대폰을 손에 쥐고 전전긍긍하지 말고 텔레파시를 한번 보내보는 게 방법이리라.
information
마장터 백패킹 길잡이
개관
마장터는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에 위치한다. 박달나무쉼터를 들머리로 잡아 소간령과 대간령 중간지점에 넓은 평지가 있다. 그곳이 마장터이다. 초가집 한 채에 통나무집이 두 채 있는데 지금은 한 가구만 살고 있다. 박달나무쉼터에서부터 마장터까지는 3km로 산행시간이 1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마장터에서 하루 텐트를 치고 잘 것이라면 일몰 시간 2~3시간 전에 출발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트레킹을 목적으로 한다면 마장터를 지나서 대간령을 따라서 마산까지도 넘어갈 수 있다. 소요시간은 5시간이 넘게 걸린다. 반대로 마산에서 일찍 출발해서 대간령을 넘어서 마장터에 도착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트레킹보다는 조금 더 무거운 백패킹용 짐을 매야하는 장거리 산행이 부담될 수도 있다. 마장터에 텐트를 칠 경우에는 사유지이므로 최대한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식수는 바로 옆에 계곡이 있어 바로 떠먹으면 된다. 하지만 계곡에서의 설거지 등 환경을 오염시킬 우려가 있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교통
마장터 백패킹의 들머리는 박달나무쉼터가 좋다. 내비게이션에는 나오지 않으므로 용대리 매바위 앞 용대교차로에서 46번국도를 내려서 작은 소로로 들어서야 한다. 차는 박달나무쉼터나 고가도로 아래에 세우면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에는 인제터미널에서 내리지 말고 백담사에서 내려야 한다. 동서울터미널에서 백담사행은 오전 6시 35분(첫차)부터 오후 9시 10분(막차)까지 하루 16회 40~6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백담사 정류소에서 박달나무쉼터로 가는 버스는 없으므로 부득이하게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택시는 원통콜택시(080-461-8282)로 전화하면 된다. 하지만 백패킹 짐을 들고서 버스를 기다리고, 많은 짐을 택시에 싣고 타는 번거로움을 감내할 수 없다면 출발지에서부터 아예 자가용을 이용하는게 속 편하다. 자가용으로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소요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이다.
•주변볼거리
매바위
겨울에는 빙벽등반지로 인기 있는 매바위에서는 '아이언 웨이'를 즐길 수가 있다. 아이언웨이란 이태리 돌로미테 지역에서 생긴 암벽 레저인 비아퍼레타(via feratta)의 영어식 표현으로, 전문적인 암벽등반 기술이 없이도 암벽을 즐길 수 있게 고정된 케이블, 발판, 사다리와 다리 등으로 구성한 산악루트이다. 문의 : 인제아이언웨이 (033-462-0035 홈페이지 ironway.co.kr)
척산온천
미시령터널을 지나 학사평으로 가면 척산온천을 즐길 수 있다. 척산온천의 온천수는 인체에 이로운 각종 광물질이 함유되어 있고, 냉수는 식수를 겸용하는 맑고 깨끗한 최고의 수질을 자랑한다. 문의 : 척산온천장 033-636-4806 이용요금 : 성인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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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엽송 군락지를 지나가고 있다. 눈길 산행에서 스틱을 이용하면 균형 잡기에 편하다.
이름만 남은 마장터
마장터(馬場터), 이름만 들어보면 말을 사고파는 마장이 서서 마장터라고 됐을 거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인제군청 홈페이지에서도 마장터의 유래를 "옛날에 말장이 섰다하여 마장터라고 불렀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바로 납득이 가지는 않는다. 말을 사고파는 일이 지금으로 치자면 차를 사고파는 일인데 말을 굳이 산속에서 사고팔았을 것 같지가 않다. 이보다는 조금 더 신뢰가 가는 설이 하나 더 있다. 마장터는 산골마을 인제와 바닷가마을 속초를 이어주는 대간령으로 가는 길에 있다. 마장터는 나그네들의 휴게소였던 것이다. 마장터라는 이름도 마방과 주막 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장터'라는 이름에 걸맞게 여기서 장도 서기는 섰던 모양인데 주로 말보다는 특산물이나 생필품을 사고팔았던 것 같다. 속초 사람들은 고등어, 명태, 미역 등 해산물을, 인제 사람들은 감자와 콩, 팥 등 곡물을 지게에 지고 올라와 이곳 마장터에서 수산물과 농산물을 교환한 것이다. 전해지는 얘기로는, 옛날에는 30여 호가 살았고 주막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주위에 진부령과 미시령이 생기고, 이동수단이 차량으로 변하면서부터 마장터는 쇠퇴하기 시작하였다. 무장공비 사건이 잦던 70년대에 화전정리 사업과 맞물려 마장터 주민들은 모두 이주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백두대간 등산로의 최북단 코스 중의 일부가 되어 사람들에게 아주 잊힌 것만은 아니다.
↑ 마장터에 남아 있는 가옥 중에 하나이다. 집주인은 어디 가고 초가집만 덩그러니 있다.
↑ 백패킹용 짐은 무게가 제법 나가기 때문에 침낭, 텐트 등은 아래에 넣고 자주 쓰는 물건들은 맨 위쪽에 넣어두는 것이 편하다.
박달나무 쉼터에서 소간령으로 가기 위해서는 계곡을 건너야 한다. 아직까지 계곡은 대부분을 얼어붙어 있다. 하지만 날이 풀리는 때에는 얼음 층이 얇아지기 때문에 되도록 눈이나 얼음이 덮여 있지 않은 바위 부분을 침착하게 밟으며 건너야 한다. 두껍게 얼었으리라 믿고 얼음층을 자신 있게 건너다가는 자칫 잘못해서 미끄러져 넘어지거나 얼음이 깨지는 바람에 계곡에 빠져 몸을 적실 우려가 있다. 건너가는 계곡 부분에는 기암절벽이 보이는데 그 바위 이름은 창암이다. 계곡의 어느 부분에서 건너가야 할지 몰라 무조건 상류로 올라가지 말고 창암을 이정표 삼아 계곡을 건너면 초입부터 헤매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마장터를 찾아가는 길은 험하지 않은 편이다. 산행로는 계곡을 따라가는 형태이며 대체적으로 평탄하다. 산행 중간 중간에 계곡의 폭이 좁은 부분을 건너가야 하지만 오고가는 등산객들이 밟고 다니는 자연 징검다리가 있어서 오히려 산행의 즐거움이 되고 있다. 계곡은 거의가 얼어붙어 있지만 얼음층 밑으로 물 흘러가는 소리가 시원하게 들린다. 겉만 얼고 속은 얼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계곡을 건널 때는 항상 디딜 자리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 텐트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눈을 다지고 있다. 눈삽이 없다면 발로 직접 다져도 된다.
소간령 고갯길을 지나면 조림지역을 통과하게 된다. 쭉쭉 곧게 뻗은 나무를 보고 전나무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전나무가 아니다. 전나무는 상록침엽수인데 나무는 잎이 다 떨어져 앙상한 가지를 하고 있다. 이 나무는 낙엽송이다. 낙엽송 군락지를 지나면서 부러진 나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가지 쌓인 눈의 무게를 못 이기고 결국은 부러지고 만 것들이다. 어떤 것들은 부러지지는 않았지만 아예 낚싯대인양 휘어버린 것도 있다. 겨울은 사람에게나 나무에게나 그대로 견디기 힘든 것인가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무는 겨울에도 자란다. 눈이 수북하게 쌓였지만 나무 둥치를 보면 눈은 녹고 땅이 드러나 있다. 필시 나무가 눈을 녹여 흡수한 흔적이리라. 나무는 여름보다는 겨울에는 더디게 자라겠지만 더 단단하게 자란다. 낙엽송과 함께 쉽게 볼 수 있는 나무가 자작나무이다. 눈밭에 은빛 자작나무는 산행을 환상감에 젖게 만든다. 자작나무 껍질은 천 년이 가도 썩지 않는다고 한다. 사랑하는 이에게 자작나무 껍질을 벗겨내어 그 위에 편지 한 장 써서 변치 않을 마음을 전해줘도 좋을 것이다.
조림지역을 벗어나면 좁은 산길이 확 트인다. 넓은 평지가 나온다. 오막살이가 있는 곳, 바로 마장터이다. 지금은 마장터에는 네 채의 집이 있다. 그 중 한 집만 사람이 산다. 그나마도 겨울에는 속초로 내려가 지내신다고 하니, 겨울 마장터는 이름이 무색해질 정도로 인적이 드물다. 사람이 살다 간 흔적만 남아있을 뿐, 사람 냄새는 나지 않는다.
↑ 텐트는 바로 집어넣지 말고 한 번 정도 털어준다. 집에 가서 따로 햇볕에 말려주는 게 좋다.
텔레파시를 보냅니다
마장터에 도착해서 휴대폰을 꺼내보니 아예 서비스 지역을 이탈했다. 서울 근교의 산에서도 데이터통신은 아직까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무료 메시지 서비스나 SNS를 할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기본적인 문자메시지나 전화 통화까지 안 될 줄은 생각 못 했다. 웬만한 산에서도 휴대폰 안테나는 의기양양하게 네 칸을 다 채우게끔 만들어주는 우리나라 통신회사의 손길이 이곳 마장터에는 닿지 않은 것이다. 어떻게 해도 안 될 것을 깨달았다면 휴대폰은 쓸데없는 배터리 소모를 방지하기 위해서 꺼두는 게 좋다. 휴대폰을 다시 깨우는 방법은 오직 산을 나가는 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렵게 산에 들어와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도 어쩌면 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일몰은 다가오고 트레킹을 하는 등산객들은 모두 하산을 했을 것 같은 시간, 산의 해는 뉘엿뉘엿 저물지 않고 산등성이에 걸린 듯 하다가 어느 순간 추락한 것처럼 사라진다. 그리고 적막한 어둠이 사방을 뒤덮는다. 산이 좋아 찾아 들어온 것이지만 연인과 가족에게 문자 하나 넣을 수 없는 곳에 있으니 그 사람들이 더 그리워진다.
등산 인구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 있어서 이제는 어느 산을 가나 사람과 마주치게 되고, 좁은 산길에 어느 한쪽은 비켜서 주는 등산 문화가 자리 잡았다. 심지어 서울 근교 산에서는 주말이면 산을 줄서서 올라갈 정도로 산이 마치 무슨 유원지처럼 되어 버리기도 했다. 어쩌면 백패킹이 다시 각광받는 것은 이런 번잡함을 피해 새롭게 산을 바라보고자 하는 생각에서인지 모른다.
올라갔다 내려오는 산행은 해가 있는 시간에만 이루어진다. 그러나 산은 해가 없는 시간에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밤의 산을 느껴볼 수 있는 것은 백패커들만의 특권이고, 그 특권을 얻기 위해서는 백패킹을 떠나는 수밖에 없다. 심지어 문명의 이기로 상징되는 휴대폰이 먹통인 곳에서는 산의 적막함을 느껴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늘의 달과 별의 빛밖에 없는 어두운 산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선명하게 머릿속에 떠오르는데 연락할 길이 없다면 안 되는 휴대폰을 손에 쥐고 전전긍긍하지 말고 텔레파시를 한번 보내보는 게 방법이리라.
information
마장터 백패킹 길잡이
개관
•교통
마장터 백패킹의 들머리는 박달나무쉼터가 좋다. 내비게이션에는 나오지 않으므로 용대리 매바위 앞 용대교차로에서 46번국도를 내려서 작은 소로로 들어서야 한다. 차는 박달나무쉼터나 고가도로 아래에 세우면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에는 인제터미널에서 내리지 말고 백담사에서 내려야 한다. 동서울터미널에서 백담사행은 오전 6시 35분(첫차)부터 오후 9시 10분(막차)까지 하루 16회 40~6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백담사 정류소에서 박달나무쉼터로 가는 버스는 없으므로 부득이하게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택시는 원통콜택시(080-461-8282)로 전화하면 된다. 하지만 백패킹 짐을 들고서 버스를 기다리고, 많은 짐을 택시에 싣고 타는 번거로움을 감내할 수 없다면 출발지에서부터 아예 자가용을 이용하는게 속 편하다. 자가용으로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소요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이다.
•주변볼거리
매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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