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지중해 건너다 대부분 익사.. 유럽 이주 시도 아프리카인들의 비극
신디 3357
2013. 10. 8. 05:32
지중해 건너다 대부분 익사.. 유럽 이주 시도 아프리카인들의 비극
에리트레아 등서 트리폴리로 집결, 람페두사행 선박 올라25년간 2만명 사망… 프랑스 “유럽공동 이주자 정책 마련을” 경향신문 최희진 기자 입력 2013.10.07 23:03 수정 2013.10.08 00:09
푸트숨 메스파(20)는 500여명의 아프리카인들로 북적거리는 비좁은 배에 간신히 올라탔다. 고향 에리트레아를 떠나 육로를 한참 달려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도착한 지 2시간 만이었다. 트리폴리는 유럽 이주를 원하는 아프리카인들이 이탈리아 람페두사 섬으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모여드는 집결지다.
그런데 푸트숨이 탄 배가 람페두사 섬을 지척에 두고 갑자기 멈춰섰다. 선장이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시선을 끌어야겠다"며 담요에 불을 붙였다. 이게 화근이었다. 손을 덴 선장이 불 붙은 담요를 승객들 쪽으로 던지면서 배 안은 아수라장이 됐다. 푸트숨을 포함한 승객들은 옮겨붙는 불을 피해 물 속으로 뛰어들거나 반대편으로 도망쳤고 이 와중에 배가 뒤집혔다. 푸트숨은 "약 3시간 정도 어둠 속에서 람페두사 섬의 불빛을 향해 헤엄치다가 구조대를 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일 람페두사 섬 앞바다에서 발생한 침몰사고의 생존자 155명 가운데 하나라고 BBC방송이 6일 보도했다.
이탈리아 당국이 이날 시신 83구를 추가 수습하면서 사망자는 194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150여명이 실종 상태라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주 문제를 담당하는 이탈리아 통합부의 세실 키엥게 장관은 침통한 표정으로 시신 수습 과정을 지켜보다가 "죽은 자들 앞에서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고 했다. 이탈리아 첫 흑인 장관인 키엥게는 그 자신이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의 이주자다.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지중해를 거쳐 이탈리아에 들어간 이주자는 3만100명으로, 지난해의 1만5900명을 크게 웃돈다. 이주자들의 출신 국가는 정세에 따라 달라진다. 올해는 시리아 출신이 7500명으로 크게 늘었고 동아프리카에 있는 에리트레아(7500명)와 소말리아(3000명) 등이다. '아랍의 봄' 혁명이 북아프리카를 휩쓸었던 2011년엔 튀니지 출신이 가장 많았다.
이번에 침몰한 배의 승객도 에리트레아와 소말리아 출신이 대다수였다. 에리트레아 청년들은 한번 입대하면 언제 제대할 지 기약이 없는 무기한 강제 징병제도를 피해 유럽으로 도망친다. 푸트숨과 비슷한 경로를 거쳐 유럽 망명에 성공한 에리트레아 출신의 삼손 키다네도 그런 경우였다. 키다네는 이주자 120여명과 함께 숨막히는 컨테이너 차량에서 24시간을 견디며 사하라사막을 건넜다. 트리폴리 항구에선 작은 배를 30명이 나눠탔다. 그는 53시간 후에 이탈리아에 도착했으나 함께 출발했던 배 두 척은 지중해에 가라앉았다.
지중해에서 사망한 이주자는 1988년부터 현재까지 2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주문제 전문가인 장 레오나르 투아디 전 로마 부시장은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이주자 문제에 대한 전 지구적인 무관심 때문에 지중해가 이주자들의 거대한 공동묘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이주자 수용소 규모를 현재 전국 3000명에서 1만6000명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지만 그것으로도 역부족이다. 이탈리아는 이주자들에게 교통비 500유로(약 72만원)와 비자를 발급해주고 다른 유럽국가로 가도록 유도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
프랑스는 이번 침몰사고를 계기로 이주자 문제를 논의할 유럽연합 정상회의를 개최하자고 제안했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다. 이주자들의 관문이 되는 유럽 남부 국가들은 북유럽이나 서유럽 등 부유한 이웃들이 이주자 부담을 나눠 갖기를 기대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 세실리아 맘스트룀은 BBC에 "유럽연합 10개국이 망명 희망자의 90%를 떠안고 있다"며 "유럽 공동의 이주 정책을 마련해 나머지 17개국이 더 부담을 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
그런데 푸트숨이 탄 배가 람페두사 섬을 지척에 두고 갑자기 멈춰섰다. 선장이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시선을 끌어야겠다"며 담요에 불을 붙였다. 이게 화근이었다. 손을 덴 선장이 불 붙은 담요를 승객들 쪽으로 던지면서 배 안은 아수라장이 됐다. 푸트숨을 포함한 승객들은 옮겨붙는 불을 피해 물 속으로 뛰어들거나 반대편으로 도망쳤고 이 와중에 배가 뒤집혔다. 푸트숨은 "약 3시간 정도 어둠 속에서 람페두사 섬의 불빛을 향해 헤엄치다가 구조대를 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일 람페두사 섬 앞바다에서 발생한 침몰사고의 생존자 155명 가운데 하나라고 BBC방송이 6일 보도했다.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지중해를 거쳐 이탈리아에 들어간 이주자는 3만100명으로, 지난해의 1만5900명을 크게 웃돈다. 이주자들의 출신 국가는 정세에 따라 달라진다. 올해는 시리아 출신이 7500명으로 크게 늘었고 동아프리카에 있는 에리트레아(7500명)와 소말리아(3000명) 등이다. '아랍의 봄' 혁명이 북아프리카를 휩쓸었던 2011년엔 튀니지 출신이 가장 많았다.
이번에 침몰한 배의 승객도 에리트레아와 소말리아 출신이 대다수였다. 에리트레아 청년들은 한번 입대하면 언제 제대할 지 기약이 없는 무기한 강제 징병제도를 피해 유럽으로 도망친다. 푸트숨과 비슷한 경로를 거쳐 유럽 망명에 성공한 에리트레아 출신의 삼손 키다네도 그런 경우였다. 키다네는 이주자 120여명과 함께 숨막히는 컨테이너 차량에서 24시간을 견디며 사하라사막을 건넜다. 트리폴리 항구에선 작은 배를 30명이 나눠탔다. 그는 53시간 후에 이탈리아에 도착했으나 함께 출발했던 배 두 척은 지중해에 가라앉았다.
프랑스는 이번 침몰사고를 계기로 이주자 문제를 논의할 유럽연합 정상회의를 개최하자고 제안했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다. 이주자들의 관문이 되는 유럽 남부 국가들은 북유럽이나 서유럽 등 부유한 이웃들이 이주자 부담을 나눠 갖기를 기대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 세실리아 맘스트룀은 BBC에 "유럽연합 10개국이 망명 희망자의 90%를 떠안고 있다"며 "유럽 공동의 이주 정책을 마련해 나머지 17개국이 더 부담을 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