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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꼬치와 빠이주

신디 3357 2013. 12. 16. 05:17

양꼬치와 빠이주 / 리아

나는 중국에 갈 때마다 양꼬치 구이를 즐겨 먹는다. 양꼬치는 숯불 위에서 구워 즈란(孜然ziran)이라는 천연 향신료에다 소금, 고춧가루, 참깨 등을 뿌려 먹는데 양고기 냄새가 거의 없는 편이다. 꼬치 하나에 작은 양고기 덩이를 몇 개씩 끼우지만 가격은 꼬치 한 개에 1 위안으로 매우 저렴하다. 나는 양꼬치를 먹으며 주로 빠이주를 마셨다. 매콤한 양념을 뿌려서인지 물보다는 탄산 음료수나 맥주, 빠이주와 같이 먹을 때 양꼬치의 독특한 맛이 중국의 정취를 더욱 느끼게 했던 것 같다.

 

중국어 白酒(bai jiu)를 우리가 합성어로 빠이주라고 말했다. 白은 중국어 ‘바이(bai)’의 된 발음이고 酒는 한국어 '주'를 말한 것으로 우리들끼리만 통한다. 중국을 자주 왕래하며 白酒를 즐겼던 사람들에게는 '빠이주' 말만 들어도 그곳에서의 풍류를 생각나게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중국 전통주의 하나인 빠이주는 수수, 옥수수, 벼, 밀 등 곡류를 발효시켜 만든 양조주를 다시 증류한 술이라고 한다. 약 1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특징은 무색투명하고 향이 다양하며 도수는 30도 이상부터 80도까지 높은 것도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 명주(名酒)인 수정방(水井坊), 오량액(五糧液), 마오타이(茅台모태 지명)도 빠이주이다. 수정방은 생산한 것이 10 여년 정도로 얼마 안되었지만 맛과 향이 좋다고 한다.

 

양꼬치는 중국어 양로촬(羊肉串?yangrou chuanr )인데, 노점이나 도로변 식당에서 숯불에 구워 파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중국인들도 서민부터 상류층까지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다 즐겨 먹는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처음 중국에 갔을 때에는 양꼬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현지 가이드가 재래시장에서 중국 전통 음식의 한 종류라고 말하며 양꼬치를 사서 한 개씩 주었지만 한 덩이만 빼 먹고는 버렸을 정도였다. 그런데 자주 중국에 가서 그것을 먹다보니 그 맛에 익숙해졌던 것이다. 지금은 고급 식당에서 만찬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서도 숙소 근처에 양꼬치 식당을 찾아가서 한 두 개 꼬치라도 먹고 올 정도이다. 마늘도 껍질채 꼬챙이에 껴서 숯불에 구워 곁들여 먹는다.

 

내가 양꼬치 구이를 좋아하는 것은 맛도 맛이지만 외지에서 지인들과 옹기종기 모여앉아 양꼬치를 구우며 먹는 분위기가 좋아서였다. 양꼬치는 식당 안에서 먹기도 하고 노점에서 먹기도 하는데 노점에서 먹는 것이 더욱 운치가 있는 것 같다. 도로변에서 시커먼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곳이면 그곳에 틀림없이 노점이 있다. 노점에 서서 연기를 이리저리 피하며 양고기가 구워지는 것을 기다려 먹는 맛도 일품이다.

 

한여름 해변가 호텔 앞 노점에서 빙 둘러앉아 숯불에 구워먹던 양꼬치의 맛을 잊을 수 없는 것도 그런 낭만이 있어서였다. 지금도 어깨너머로 바닷바람이 불어오던 그 거리가 생각난다. 그래선지 한국에 돌아와서도 꼬치가 생각나면 양꼬치 구이 식당을 자주 갔었다.

 

그런데 대부분 양꼬치가 작은 것에 비해 위그르족 식당의 양꼬치는 양고기의 덩이가 크다. 이 역시 여러 개를 손에 들고 숯불 위에서 한꺼번에 돌려가면서 굽는데 크기도 크고 맛도 있었다. 거기에 ‘낭’을 곁들여 먹기도 하는데 낭(囊nang)은 원래 유목민이었던 위그르족이 휴대가 간편하며 열량이 많은 밀가루 빵인 ‘낭’을 주식으로 삼았다고 한다. ‘낭’은 둥근 모양으로 두툼하게 반죽하여 소금을 발라놓은 화덕의 벽 안쪽에 붙여놓고 굽는데 마트 식품코너에서도 살 수 있다.

 

산동성 청도(??QingDao)에 갔을 때였다. 각자 하루 일정을 마치고 저녁에 호텔 로비에서 일행들이 모여 양꼬치를 먹으러 어디로 갈까, 의견이 분분할 때였다. 옆을 지나가던 중년 남성이 뒤돌아보더니 자신도 양꼬치를 먹으러 가는데 맛있는 곳이니까 같이 가겠냐고 묻는 것이었다. 그래서 따라 간 곳이 태동로[台?路taid?nglu]에 있는 위그르족 식당이었다. 그는 한국에서 중소 기업 임원으로 중국 출장이 잦다고 했다. 중국으로 유학을 한 적이 있어서 중국어도 능통했다.

 

그러나 그가 말한대로 양꼬치는 맛이 있다해도 일행 중에 술과 담배 애호가 들이 탐탁치 않아했다. 위그르족은 이슬람교도가 대부분이어서 술과 담배는 금해서였다. 우리는 다시 머리를 맞대고 궁리를 한 후에 대안을 냈다. 중국어에 능통한 그 중년남성에게 부탁을 한 것이다. 식당 관계자한테 양꼬치를 구워서 길 건너로 갖다 달라고 하면 어떻겠냐고. 다행히 그가 잘 설득을 했는지 식당 점원들이 큰 식탁 한 개를 길 건너로 갖다 주는 등 갖은 편의를 제공해줬다.

 

우리는 그날 밤 늦게까지 양꼬치와 빠이주를 먹으며 그에게 중국에 관한 비지니스 이야기이며 에피소드 등 이야기를 들을 수있었다. 창업을 꿈꾸던 일행한테도 유용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였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가로등도 없는 컴컴한 거리에서 길 건너 검은 연기를 내뿜는 숯불을 바라보면서 중국산 맥주와 낭도 곁들여 먹으면서 말이다.

 

지금도 문득 그때를 생각하면 양꼬치와 빠이주가 먹고 싶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이국에서 지도를 펴고 같이 낯선 길을 여기저기 찾아 다니던 일행들이 더욱 그리워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글꽃문학』(2012년)
* 대전 출생. 2010 ≪시에≫로 등단.

 

 

▲옌타이(烟台) 대윤발 앞에 포장마차  

 

 

 

▲옌타이(烟台) 시대광장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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