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판 홀스트레킹의 재미는 무엇보다 장엄한 대 자연속을 지능이 있는 말과 함께 호흡하며 산을 오르는 것이다.
로키산맥이 배경으로 나오는 미국 서부 영화의 주인공처럼 말을 타고 울창한 소나무 숲속을 통과 하거나,
푸른 물이 흰 거품을 내며 흐르는 계곡물을 첨벙첨벙 건너는 것 등.....
푸른 잔디위에 모닥불을 피우고 둘러 앉아 쏟아지는 별을 보며 커피를 마시거나, 쏟아지는 빗속에 우비를
입고 말등에 끄덕끄덕 앉아 가는 것도.....
그리고 또 한 가지 총으로 사냥을 한 사슴은 아니지만 공해없는 대 자연속에서 뛰놀게하며 키운 양을 잡아
통째로 바비큐를 해 먹는 재미도 빼 놓을 수 없다.
면산의 주봉인 설보정(雪宝顶 5588m) 베이스캠프를 다녀 온 날 저녁 양을 한 마리 잡기로 했다.
중국에서는 양과 염소를 모두 양(羊)이라 한다. 굳이 구분하자면 털을 목적으로 하는 뿔이 없거나 둥글게
나는 양을 면양(绵羊), 뿔이 날카롭게 나는 염소를 산양(山羊)이라고 한다.
양의 값은 면양과 산양이 틀리고, 크기에 따라 또 다르다. 맛은 산양의 고기가 면양에 비해 덜 질기고 특유의
냄새가 덜 난다고 한다. 하지만 현지인들은 산양 고기가 더 맛있다고 한다.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른 듯 하다.
중간 크기의 산양을 얘기했더니 마부 한 사람이 말을 타고 산을 내려가서 살아 있는 채로 잡아 말에다 달아
매고 왔다. 가격은 면양이 산양보다 조금 더 비싸다고 하는데 하여간 중간 크기로 약 500~600원 정도 한단다.
목을 칼로 베어 양을 잡은 후, 네 발의 안쪽을 조금 베고는 입으로 공기를 불어 넣는다.
조금 불어 넣고는 공기를 불어 넣은 입구를 손으로 틀어 쥐고 공기가 들어가 불룩해진 부분을 손으로 세게 문지른다.
이렇게 몇 차례 반복을 하면 몸과 겉가죽이 점차 분리된다.
다음은 뒷 다리를 매어 인근의 나무에 매달아 놓고는 가죽을 벗긴다. 칼로 벤 부분을 제외하고는 피 한 방울 나지 않게
깔끔하게 벗겨낸다. 배를 가를 때도 어떻게 가르는지 내장이 그대로 쏙 나온다. 피도 거의 안 보인다.
나머지 마부들은 각자 나무를 해 오고 고기를 굽기 위한 지지대도 세우고 각자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알아서 호흡이
척척 맞는다.
가늘고 긴 나무를 베어내어 말끔하게 껍질을 벗겨내고는 손질한 양을 꿰어 불위에 걸쳐 놓는다.
양을 구우려 불을 피우자 옆 텐트의 서양 사람들이 구경을 왔다. 통째로 바비큐를 하는 것이 신기한 모양이다.
고기를 꿴 꼬챙이를 돌리기 쉽게 손잡이 부분의 껍질은 그대로 남겨 놓았다.
모닥불이 점차 커지면서 바람이 불어 불길이 이리저리 흔들리자 고기를 굽는 젋은 마부는 고기를 꿴 나무 끝을 이리저리 들고
자리를 바꾸면서 굽는다.
오늘 양 통구이 바비큐는 오로지 이 친구의 기량에 달렸다.
서너시간을 이렇게 천천히 겉이 타지 않게 구워야 한다.
저녁은 이미 먹었고 땅거미가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모닥불의 불길이 너무 크지 않게 조절해 가며 정성을 들인다.
서너시간이 지났을까 칼로 여기 저기를 찔러 보더니 여기저기 칼집을 낸다.
그리고는 각종 향료와 간장 식초, 백주 등을 섞어 고기에 바른 후 잠깐 더 구워낸다.
양을 먹기 전, 양을 잡은 마부는 먼저 술 한 병을 따고, 무어라 중얼거리며 땅에다 조금, 양에다 조금 뿌린다.
그리고는 잠깐 고개 숙여 절을 하고는 곧 칼로 겉 부분을 베어내어 우리에게 가져온다.
속살은 아직 덜 익었어 조금 더 구워야 한다고 하며......
별이 쏟아지는 밤, 모닥불 가에 둘러 앉아 백주 한 잔에 양고기를 뜯느라 정신줄을 놓는 바람에 이 이후의 사진은 없다.....
양고기 맛이 어땠냐고? 먹어보지 않았으면 물어보지 마시라.^^
사료도 주지 않고 2000~3000미터 무공해 청정지역의 산에서 줄곳 방목하여 키운 양이다.
어떻게 살아 있는 양을 잡아 먹냐고? 그리고 왜 멀쩡한 나무를 베어 고기를 굽냐고?
이것도 물어 보지 마시라. 여기 이네들이 이곳에서 대대손손 살아 온 그대로의 삶의 한 부분이다.
객들은 그저 이네들의 삶의 한 부분을 존중하며 잠깐이나마 감사한 마음으로 공유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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