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술여행/갤러리 Art Gallery

‘MOVE’전 국립현대미술관

 

온몸을 움직이면… 마음이 움직인다… ‘MOVE’전 국립현대미술관 - ‘doing’전 금호미술관

기사입력 2012-06-19 03:00:00 기사수정 2012-06-19 11:06:06

폰트 뉴스듣기

닫기



《 훌라후프 돌리기, 요가 동작 따라 하기, 흔들리는 통나무 건너기. 놀이동산이 아니라 전시장에서 관객들이 직접 해볼 수 있는 동작들이다. 경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MOVE: 1960년대 이후의 미술과 무용’전을 제대로 감상하고 싶다면 눈과 함께 온몸을 활용해야 한다. 2010년 런던의 사우스뱅크센터 내 미술관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3년여 준비 끝에 선보인 전시로 독일을 거쳐 한국에 왔다. 1960년대 이후 50년간 퍼포먼스와 현대미술의 흐름에 영향을 미친 세계적 작가 20여 명의 오브제, 영상작품, 퍼포먼스 등 37점과 함께 아카이브 자료 180여 점을 엮은 전시다. 8월 12일까지. 02-2188-6000

서울 금호미술관의 ‘doing’전도 관객을 적극적 참여자로 초대한다. 심래정 와이즈건축 등 7개 팀은 작업의 진행과정을 보여주면서 관객 몫을 충분히 남겨두었다. 문방구에서 볼 수 있는 ‘뽑기’ 기계를 이용해 전시가이드를 얻거나, 포장과 배관에 쓰이는 색색의 비닐테이프로 직접 바닥 설치작품을 완성하는 등 일상 용품을 활용한 체험과 활동을 유도한 전시다. 8월 31일까지. 02-720-5114 》

경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MOVE’전은 관객을 능동적 참여자로 초대한다. 미국 출신 안무가 윌리엄 포사이스의 설치작품 ‘사건의 진실’에선 링 고리에 올라서서 공간을 가로 지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photolink
두 전시는 요즘 흔히 보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쌍방향 작품과 달리 주변 사물과 인간이 직접 소통하는 아날로그형 교감으로 사람 냄새를 전한다. 일상에서 보는 물건, 일상의 동작을 활용해 감각과 발상의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다.

○ 움직여라

‘MOVE’전에서 예술가들은 마당을 제공하고, 관객은 작품을 완성한다. 미술과 무용 사이의 상호작용이 전시의 화두지만 작품에선 전통적 의미의 춤 동작과 거리가 먼 행동을 요구한다. 걷기 같은 평범한 움직임을 창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놀랍다. 로버트 모리스의 ‘시소’와 ‘통나무 올라타기’, 브루스 나우먼이 만든 좁은 통로 ‘녹색 빛의 복도’의 경우 간단한 동작으로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즐거움을 준다.

단순한 동작이라도 의미는 간단치 않다. 미국 안무가 윌리엄 포사이스의 ‘사건의 진실’은 체조 고리를 사용해 공간을 힘겹게 건너는 동안 관객이 자신의 신체 나이를 절감하고 죽음에 대한 명상을 하게 이끈다. 브라질 작가 리지아 클라크의 설치작품 ‘집이 곧 신체다’는 관객이 풍선이 담긴 깜깜한 나무상자와 투명한 비닐 방을 차례로 통과하면서 자궁을 거쳐 탄생하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댄 그레이엄의 ‘두 개의 마주보는 방’에선 카메라를 통해 누군가에게 관찰하고, 관찰당하는 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정신병원에서 사용하는 구속복, 두 사람이 가까이 있을 때 불편함을 느끼는 정도를 재볼 수 있는 오브제는 사물이 특정한 행동을 유발하며, 사람과의 관계를 측정하는 도구로도 활용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작품과 함께, 아카이브와 금 토 오후에 집중 펼쳐지는 퍼포먼스는 이번 전시의 꽃이다.

○ 참여하라

서울 금호미술관의 ‘doing’전은 작품들과 함께 관객이 개입할 몫을 충분하게 남겨 놓았다. 손몽주 씨가 속옷용 고무줄로 만든 설치작품 ‘No signal’의 경우 관객이 공간 안팎을 걸어다닐 수 있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doing’전도 일상 물건과 체험을 다양하게 활용했다. 입구에 자리한 유목연 씨의 특수 코인을 이용한 ‘뽑기’ 기계, 2층에 ‘대서양&태평양 상회’라는 가상의 잡화상을 마련한 구민자 씨는 놀이와 구매 행위라는 관객의 직접적 행동을 유도한다. ‘층간소음’을 주제로 한 심래정 씨의 유머러스한 애니메이션과 설치, 유동적 액체로 만든 ‘와이즈 건축’의 집은 생각의 전환을 일깨운다.

색색의 포장 테이프를 활용한 회화와 바닥설치작업을 선보인 김형관, 속옷용 검은 고무줄로 미로 공간을 만든 손몽주, 국기를 테마로 작업한 주세균 씨의 경우 관객이 개입할 여지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어 작품 이해와 관계없이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