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진 여파, 중국인 관광객까지 몰려 성수기 홍콩은 '숙박전쟁'
'에어비앤비' '북메이트' 등 소셜숙박 이용하면 저렴한 가격에 호텔급 민박 찾을 수 있어
홍콩은 최근 몇 년간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아시아 금융업의 중심인 홍콩은 아시아를 공략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고 멋진 사무실을 내는 곳이다.
유럽에서 중국으로 가는 관문이 되기도 하는 홍콩은 아시아, 즉 중국을 공략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이 몰리면서 다시 한 번 큰 변화를 겪고 있다. 홍콩 정부의 주도하에 도시를 대거 정비하고 더욱 국제화된 도시의 면모를 갖추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로 전 세계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는 와중에도 홍콩의 부동산 가격은 지난 5년간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지금도 옛 건물을 부수고 그 자리에 현대적인 고층빌딩을 세우기 위한 공사가 도시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수요가 넘쳐나니 부동산은 끝을 모르고 오르는 중이다.
그뿐만 아니라, 패션과 명품 쇼핑이 편리한 홍콩은 몰려드는 중국인 관광객 특수를 누리고 있다. 돈 많은 중국인 관광객은 싸고 편리하게 명품 쇼핑을 즐길 수 있는 홍콩으로 몰리면서 아울렛과 거리마다 명품숍이 즐비하다. 게다가 일본 지진의 여파로 방사능 피해를 걱정한 한국 관광객까지 홍콩으로 몰리면서 성수기에는 호텔에 방을 구할 수 없을 지경이다. 덕분에 흥이 난 곳은 홍콩에 있는 한인 민박이다. 한인 주인장이 운영하는 민박은 의사소통이 편리하고 호텔의 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여행을 즐기는 젊은 관광객과 사업가 사이에 인기가 높다.
- 발코니까지 있는 이선옥 주인장의 셩완 3호점. 홍콩에서는 드물게 호텔못지 않은 시설을 자랑한다./안병수PD absdizzo@chosun.com
하지만 민박이라고 다 같은 수준은 아니다. 호텔에도 급이 있듯 민박도 위치와 주인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 중 비즈니스호텔 못지않는 시설과 위치로 홍콩 여행객들 사이에 유명한 곳이 있다. 최근 가장 HOT 한 장소로 뜨고 있는 셩완(上環, Sheung Wan)에 위치한 이선옥 주인장의 게스트하우스는 민박이라기보단 한국의 원룸에 가깝다. 개인 화장실에 3D TV, 발코니까지 갖춘 원룸을 보면 민박인가 싶을 지경이다. 그는 이런 민박을 셩완에만 여러 채 소유하고 있다.
MTR(홍콩의 지하철) 셩완 역과 걸어서 불과 5분 거리에 있는 그의 숙소는 사업가와 모델, 포토그래퍼, 디자이너는 물론, 근처 밀레니엄 프라자에서 시험을 보려는 간호사 등 일반 관광객 보다는 홍콩에 비즈니스가 있는 사람들 사이에 이미 입소문이 나 있다. 그의 숙소 바로 옆에 ‘홀리데이인’(Holiday Inn)을 비롯한 세계적인 비즈니스 호텔 체인이 한창 공사중인 것을 보면 다운타운에서 얼마나 가까운 곳에 위치한지 알 수 있다. 인천공항에서 서울역으로 바로 운행하는 공항철도가 있듯 홍콩국제공항에서 센트럴(Central) 역으로 이어지는 직통열차가 운행하는데 셩완은 센트럴에서 걸어서 불과 10분 거리다.
홍콩 20년 토박이인 그가 본래부터 민박을 운영한 것은 아니다. 독일에서 유학하고 오랜 시간 독일회사에서 일하면서 국제적 감각을 쌓은 그는 여러 나라는 거쳐 홍콩에 정착하면서 수학 강사로 명성을 떨쳤다. 한국으로 치면 압구정 로데오거리나 신사동 가로수길 같은 홍콩섬 최고의 핫 플레이스 ‘란콰이펑’과 ‘소호’에서 걸어서 10분이면 닿는 곳에 있는 그의 집도 본래는 학원으로 사용하던 곳이다. 처음 학원을 열어 수학 과외를 할 당시만 해도 영어로 수학을 가르치는 사람이 없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조금씩 사들인 집 중에는 홍콩에서도 부자들만 별장을 가지고 있다는 ‘디스커버리 베이’(Discovery Bay)에 고급 맨션도 있다. 그가 구매할 당시보다 현재는 몇 배가 올랐으니 부동산을 보는 그의 안목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웨스턴 마켓'(Western Market)에서 바라본 셩완 거리의 모습. 홍콩의 과거, 현대, 미래를 한 번에 볼 수 있다./안병수PD absdizzo@chosun.com
이런 좋은 집들을 놀리기 아까워 처음에는 장기민박으로 시작한 그가 한국 관광객을 상대하기 시작한 건 우연한 기회였다. 홍콩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명소 '피크트램'(Peak Tram)에서 만난 한국 관광객의 조언으로 한국 포탈 사이트의 한 카페에 자신의 민박을 소개하게 됐고 홍콩에서는 좀처럼 찾아 볼 수 없는 인테리어와 위치로 여행객들 사이에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본래 장기 임대만 하던 곳이니 시설이 좋을 수밖에 없다.
현재는 '북메이트'(www.vookmate.com)와 같이 소셜숙박을 이용하려는 관광객들이 민박을 찾으면서 방이 없어 곤란할 지경에 이르렀다. 소셜숙박이란 일반 호텔이 아닌 게스트하우스, 민박과 같이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박시설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로 '에어비앤비'(AirBnB)는 2011년 한 해만 500만 건이 넘는 예약이 이루어졌을 정도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홍콩의 쇼핑은 대대적인 할인이 있는 7~8월이 성수기라 관광객이 집중되기 때문에 호텔은 방을 구하기 어렵다. 호텔에서 방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자연스레 민박으로 몰리고 있다.
홍콩이 비록 관광의 천국이라고는 하지만, 쇼핑과 맛집 투어를 제외하면 한국관광객이 즐기기 녹록지 않다. 쇼핑은 거의 명품 위주고 맛집을 가보면 영어 메뉴는 있어도 중국어를 못하면 제대로 주문하기 어렵다. 또 란콰이펑이나 소호처럼 영어나 중국어를 못하면 가봤자 재미가 없는 지역도 많다. 필자도 주인장의 안내가 없었다면 세계적인 사진사들이 진을 치고 사진을 찍는 '웨스턴 마켓'(Western Market) 앞에 설 기회를 잡지 못했을지 모른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이 사거리에서 센트럴 방향을 바라보면 시간의 흐름이 뒤섞인 듯한 홍콩의 진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한인민박의 또 다른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현지에서 오래 생활한 주인장이 직접 알뜰한 쇼핑정보와 맛집을 안내하고 심지어는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까지 연결 해 준다. 외국인은 지도를 보고 한 참을 헤매야 하는 곳도 주인장의 도움을 받으면 쉽게 찾는다. 한국어를 하니 의사소통도 전혀 걱정이 없다.
이선옥 주인장은 "한인이 운영하는 홍콩 민박은 침사추이를 중심으로 예전부터 성업해 왔지만, 시설이 천차만별이라 여행객들은 사전에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민박도 시설, 위치 등으로 다양하게 차별화 하는 추세로 앞으로도 좋은 시설과 위치에 민박을 늘려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안병수PD absdizz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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