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꽃잎 밟으니 흙길 위에 꽃도장 … 오래 잊고 살던 이 편안함 왜 몰랐을까
[여기 한번 가봐요] 부엉공원 황톳길중앙일보 입력 2012.08.07 03:12 수정 2012.08.07 07:52
신발을 벗고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황톳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몸과 마음이 상쾌해진다. [조영회 기자]'에코힐링 맨발 황톳길'. 오랫동안 가둬 놓았던 마음의 신발까지 함께 벗어놓고 맨발로 흙을 밟아보자. 붉은 황톳길의 초입에서 가벼운 망설임을 뒤로 하고 마침내 신발을 벗었다. 한 발 한 발 뗄 때마다 시원하고 부드러운 흙의 감촉이 편안한 기운으로 온몸에 전해져 온다.
홍정선 객원기자 < tojjoongang.co.kr >
'에코힐링 맨발 황톳길'은 KTX 천안 아산역 맞은편 옛 서당골 마을의 뒷산으로 산기슭을 따라 2.5㎞ 구간에 순환형으로 조성됐다. 황톳길은 기업의 사회환원 기부문화에 앞장서 온 ㈜선양이 천안시·아산시와 각각 업무협약을 체결해 지난해 10월 개통한 시설로 지역 주민의 건강 쉼터로 자리 잡았다.
천안과 아산의 경계에 있어 천안에서는 '부엉공원', 아산에서는 '용곡공원'으로 불린다. 이 곳 황톳길은 아산 용연마을 1단지와 2단지 앞에 두 개의 진입로가 있어 용연마을 2단지 앞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용곡공원관리사무소 세족장을 지나 작은 오솔길을 따라가면 된다. 용곡생태통로 앞 개구리 벽천 분수 옆으로 부엉공원 안내도를 보고 쉼터를 지나 걸어 들어가도 좋다.
황톳길은 성인이 빠른 걸음으로 쉬지 않고 걸었을 때 약 40~50분이 걸린다. 그러나 초를 다투듯 빠르게 걷는 것보다 나무들에게 눈인사를 건네며 천천히 걸어보기를 권한다. 숲을 걷다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명상에 빠져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나뭇가지 사이를 오고 가며 부지런히 지저귀는 새들과, 울창한 숲으로 햇살이 비집고 들어올 때 단풍잎이 더욱 선명해지는 찰나를 지켜보자. 그러는 사이 치열한 일상의 기억들은 어느덧 사라지게 된다.
햇볕에 바짝 마른 길이 있는가 하면 깊은 숲 속을 지나는 길은 가뭄에도 황토의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 맨발에 닿는 보드라운 황토의 감촉과 흙 냄새, 서늘한 바람이 부는 숲길은 상쾌한 기운을 온몸에 불어 넣는다. 완만한 경사의 오르내림이 있는 숲길은 지루하지 않고, 간간이 만나는 숲 속 체력단련장과 벤치가 놓인 쉼터는 잠시 땀을 식힐 수 있는 여유를 준다.
황톳길 중간에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나무계단으로 오르기 쉽게 만들어져 있다. 숲길을 걷다 보니 칡나무 꽃이 피었다 졌는지 길 위에 연보라 색 꽃잎들이 점점이 떨어져 있는 모습도 마주하게 된다. 꽃잎의 감촉을 느끼며 사뿐히 밟으니 흙 길 위로 꽃 도장이 찍힌다. 생태탐방로를 거쳐 배나무 군락지를 지나면 산책로 숲을 뚫고 환한 햇살이 비친다.
맨발 황톳길은 자연학습과 생태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부엉공원 초입 쉼터를 벗어나 걷다 보면 '곤충이란 무엇일까요?'라는 안내 표지판을 만나게 된다. 장수하늘소는 어디에서 사는지, 사슴벌레는 어떻게 생겼는지 친절한 설명과 흥미로운 그림이 시선을 끈다. '누구의 발자국일까요?'라는 안내 표지판 앞에는 동물들의 발자국 모양을 그대로 재현해 놨다. 서로 다른 발자국을 비교하며 발자국의 주인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황톳길을 걷는 동안 심심찮게 만나는 '문화재 원형보전구역'을 알리는 표지판과 자연학습 표지판은 자연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숲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맨발 황톳길 걷기는 발 마사지와 산림욕은 물론이고 우울증이나 불면증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황토의 푸근한 색깔을 보며 안정감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자연의 치유력을 느낄 수 있는 황톳길 걷기의 가장 큰 매력은 부부간, 친구간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사이 새록새록 정이 깊어 간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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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7시. 걷기를 마친 후 가벼워진 몸과 느긋한 여유로움이 다가올 무렵 세족장에서 웃으며 발을 씻는 사람들이 보인다. 박노철(55), 이순복(50)씨 부부는 "한 달 전부터 꾸준히 황톳길을 걷는데 요즘 들어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며 "맨발로 걸었을 뿐인데 구속되지 않아 기분이 홀가분해진다. 건강뿐 아니라 자연과 하나 되는 느낌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아산 음봉에서 새벽마다 차를 몰고 온다는 함윤광(74)씨는 "이 곳에 다니면서 머리가 맑아지고 밥맛도 좋아졌다"며 "특히 비 온 다음날에 오면 지압도 더 잘 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공연 쉼터를 지나 은행나무 군락지를 내려오며 주변 사람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생겼다.
"에코힐링 2.5㎞ 맨발로 걸어보세요. 세상이 행복해집니다."
길을 오르기전 복잡했던 머릿속이 상쾌해진 기분이다.
◆에코힐링(eco- healing)=
ecology(자연)와 healing(치유)의 합성어로 '자연 속에서 치유력을 회복하고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누리는 것'을 의미한다.
맨발로 흙을 밟으며 발바닥에 느껴지는 시원한 촉감과 함께 숲 속 자연산 산소와 피톤치드를 흠뻑 들여 마실 때 느껴지는 상쾌한 기분은 우리의 몸을 가볍게 만들어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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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힐링 맨발 황톳길'은 KTX 천안 아산역 맞은편 옛 서당골 마을의 뒷산으로 산기슭을 따라 2.5㎞ 구간에 순환형으로 조성됐다. 황톳길은 기업의 사회환원 기부문화에 앞장서 온 ㈜선양이 천안시·아산시와 각각 업무협약을 체결해 지난해 10월 개통한 시설로 지역 주민의 건강 쉼터로 자리 잡았다.
천안과 아산의 경계에 있어 천안에서는 '부엉공원', 아산에서는 '용곡공원'으로 불린다. 이 곳 황톳길은 아산 용연마을 1단지와 2단지 앞에 두 개의 진입로가 있어 용연마을 2단지 앞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용곡공원관리사무소 세족장을 지나 작은 오솔길을 따라가면 된다. 용곡생태통로 앞 개구리 벽천 분수 옆으로 부엉공원 안내도를 보고 쉼터를 지나 걸어 들어가도 좋다.
황톳길은 성인이 빠른 걸음으로 쉬지 않고 걸었을 때 약 40~50분이 걸린다. 그러나 초를 다투듯 빠르게 걷는 것보다 나무들에게 눈인사를 건네며 천천히 걸어보기를 권한다. 숲을 걷다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명상에 빠져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나뭇가지 사이를 오고 가며 부지런히 지저귀는 새들과, 울창한 숲으로 햇살이 비집고 들어올 때 단풍잎이 더욱 선명해지는 찰나를 지켜보자. 그러는 사이 치열한 일상의 기억들은 어느덧 사라지게 된다.
햇볕에 바짝 마른 길이 있는가 하면 깊은 숲 속을 지나는 길은 가뭄에도 황토의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 맨발에 닿는 보드라운 황토의 감촉과 흙 냄새, 서늘한 바람이 부는 숲길은 상쾌한 기운을 온몸에 불어 넣는다. 완만한 경사의 오르내림이 있는 숲길은 지루하지 않고, 간간이 만나는 숲 속 체력단련장과 벤치가 놓인 쉼터는 잠시 땀을 식힐 수 있는 여유를 준다.
황톳길 중간에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나무계단으로 오르기 쉽게 만들어져 있다. 숲길을 걷다 보니 칡나무 꽃이 피었다 졌는지 길 위에 연보라 색 꽃잎들이 점점이 떨어져 있는 모습도 마주하게 된다. 꽃잎의 감촉을 느끼며 사뿐히 밟으니 흙 길 위로 꽃 도장이 찍힌다. 생태탐방로를 거쳐 배나무 군락지를 지나면 산책로 숲을 뚫고 환한 햇살이 비친다.
맨발 황톳길은 자연학습과 생태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부엉공원 초입 쉼터를 벗어나 걷다 보면 '곤충이란 무엇일까요?'라는 안내 표지판을 만나게 된다. 장수하늘소는 어디에서 사는지, 사슴벌레는 어떻게 생겼는지 친절한 설명과 흥미로운 그림이 시선을 끈다. '누구의 발자국일까요?'라는 안내 표지판 앞에는 동물들의 발자국 모양을 그대로 재현해 놨다. 서로 다른 발자국을 비교하며 발자국의 주인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황톳길을 걷는 동안 심심찮게 만나는 '문화재 원형보전구역'을 알리는 표지판과 자연학습 표지판은 자연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숲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맨발 황톳길 걷기는 발 마사지와 산림욕은 물론이고 우울증이나 불면증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황토의 푸근한 색깔을 보며 안정감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자연의 치유력을 느낄 수 있는 황톳길 걷기의 가장 큰 매력은 부부간, 친구간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사이 새록새록 정이 깊어 간다는 것이 아닐까.
1일 오전 7시. 걷기를 마친 후 가벼워진 몸과 느긋한 여유로움이 다가올 무렵 세족장에서 웃으며 발을 씻는 사람들이 보인다. 박노철(55), 이순복(50)씨 부부는 "한 달 전부터 꾸준히 황톳길을 걷는데 요즘 들어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며 "맨발로 걸었을 뿐인데 구속되지 않아 기분이 홀가분해진다. 건강뿐 아니라 자연과 하나 되는 느낌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아산 음봉에서 새벽마다 차를 몰고 온다는 함윤광(74)씨는 "이 곳에 다니면서 머리가 맑아지고 밥맛도 좋아졌다"며 "특히 비 온 다음날에 오면 지압도 더 잘 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공연 쉼터를 지나 은행나무 군락지를 내려오며 주변 사람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생겼다.
"에코힐링 2.5㎞ 맨발로 걸어보세요. 세상이 행복해집니다."
길을 오르기전 복잡했던 머릿속이 상쾌해진 기분이다.
◆에코힐링(eco- healing)=
ecology(자연)와 healing(치유)의 합성어로 '자연 속에서 치유력을 회복하고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누리는 것'을 의미한다.
맨발로 흙을 밟으며 발바닥에 느껴지는 시원한 촉감과 함께 숲 속 자연산 산소와 피톤치드를 흠뻑 들여 마실 때 느껴지는 상쾌한 기분은 우리의 몸을 가볍게 만들어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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