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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송시,자작시,시낭송

교룡산성(蛟龍山城)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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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음악]ㅡ밤은 깊고 산은 비어

 

 

교룡산성(蛟龍山城)

      

                    김동수

 

 

 

희뿌연 안개 서기처럼 깔리는 굴헝. 새롬새롬 객사 기둥만한

몸뚱어리를 언뜻언뜻 틀고 눈을 감은 겐지 뜬 겐지 바깥소문을 바람결에 들은 겐지 어쩌면 단군 하나씨 때부터 숨어 살아온 능구렁이

 

 

보지 않고도 섬겨왔던 조상의 미덕 속에 옥중 춘향이는 되살아나고 죽었다던 동학군들도 늠름히 남원골을 지나가고 잠들지 못한 능구렁이도 몇 점의 절규로 해 넘어간 주막에

제 이름을 부려 놓고 있다.

 

 

어느 파장 무렵, 거나한 촌로에게 바람결에 들었다는 남원

객사 앞 순대국집 할매. 동네 아해들 휘둥그레 껌벅이고

젊은이들은 그저 헤헤 지나치건만 넌지시 어깨 너머로 엿듣던 백발 하나 실로 오랜만에 그의 하얗게 센 수염보다도 근엄한 기침을 날린다.

 

 

山城 후미진 구렁 속. 천년도 더 살아 있는 능구렁이,

소문은 슬금슬금 섬진강의 물줄기를 타고 나가 오늘도 피멍진 남녘의 역사 위에 또아리치고 있다.

 

 

- 시문학_ 1982.10

 

 

 교룡산성(교룡산

 

       

                      ***** 詩人의 고향은 '傳說의 故鄕'이다.

                              전설처럼 등장하는 '구렁이'는  [흥부전]에서 제비 다리를

                               부러트리는 숙명을 이미 안고 있었다.

                               詩人은 지금 '故鄕의 傳說'에서 傳說을 지우고 있다.

                               / 천년도 더 살아 있는 능구렁이/를 위해 진부해진 '傳說'을

                              배제하고 논픽션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소문은 섬진강의 물줄기를 타고 나가 /

                               /또아리 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