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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서른 두 살, 아나운서 김경란 궁금한 싱글 라이프

2009년 06월호
 
[Interview]

서른 두 살, 아나운서 김경란 궁금한 싱글 라이프


글 정혜연 기자 | 사진 조영철 이기욱 기자

대한민국에서 아나운서로 살아남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뉴스부터 각종 예능 프로그램 진행까지 현장에서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 아나운서 김경란은 9년 동안 치열한 방송 현장에서 그렇게 자기 몫을 다해왔다. 오늘도 변함없이 부지런히 방송 준비를 하는 그의 삶을 들여다봤다.

갑작스레 따가워진 햇살로 이마에 땀이 맺히던 5월 한낮, 김경란 아나운서(32)가 시원하게 웃음 지으며 카페로 들어왔다. 그는 경쾌한 목소리로 먼저 인사를 건넸다. 봄 개편 이후 5개 프로그램을 진행하지만 피곤한 기색을 느낄 수 없었다.

“6개월째 새벽 4시에 잠들었다가 오전 10시쯤 일어나는 생활을 하고 있어요. 뱀파이어 같은 생활을 한 지 꽤 돼서 이젠 익숙해졌어요(웃음). 오후 2시는 제게 굉장히 맑고, 활기 넘치는 시간이에요.”

올 초 그는 아나운서로서 큰 변화를 겪었다. 2007년부터 진행하던 KBS ‘뉴스9’ 앵커에서 물러난 것. 아나운서라면 한번쯤 꿈꿔봄직한 9시 뉴스 앵커를 그만둘 때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을 것 같았다. 그는 “말 그대로 시원섭섭했다”고 말했다.

“저보다 앞서 9시 뉴스를 진행한 정세진 선배가 떠나면서 ‘좋은 점도 많지만 힘들고, 고독할 것’이라고 조언해줬어요. 그때는 와닿지 않았는데 1년, 2년 하다 보니 선배의 말을 이해하게 됐어요. 많은 사람이 주시하는 사안을 전한다는 점에서 보람도 있지만, 표정 하나하나에도 피드백이 오는 등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았죠. 사생활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했고요. 그런 짐을 벗어서 홀가분했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잘할 수 있겠다’ 싶을 때 그만두게 돼 아쉬웠죠.”

지난 일을 후회하지 않는 성격이라는 그는 결과적으로 2년 동안 최선을 다한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개편을 맞아 ‘스펀지’ ‘사랑의 리퀘스트’ ‘클래식 산책’ 등 다양한 성격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 것에도 감사한다고.

막연히 방송 동경하던 아이에서 아나운서가 되기까지

그는 어린 시절부터 막연하게 방송을 좋아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방송반 활동을 하면서 등굣길 라디오 방송을 만드는 게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고.

“대본을 쓰고, 음악을 선곡해 하나의 방송을 만드는 작업이 신났어요. 그때는 PD든 아나운서든 방송 관련 일이면 무조건 좋아했어요. 중·고등학교 때는 공부에 전념하느라 방송반 활동을 못했죠.”

공부를 하면서 점차 방송의 꿈은 잊혀갔고 진로를 결정할 때가 다가왔다. 국문과에 가면 문학·예술 등 다양한 장르를 심도 있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 이화여대 인문학부에 원서를 넣었고 무난히 합격했다. 학교생활에만 충실한 모범 학생이었을 것 같다고 하자 그는 “나름대로 즐거운 대학생활을 보냈다”고 말했다.

“매주 화요일에 병원을 찾아 환자들을 위해 봉사를 했어요. 어렵거나 불편한 점을 덜어드리려 애썼죠. 끝나면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으며 수다를 떨고, 주말에는 광화문·경복궁 등을 돌아다니며 놀았죠. 4년을 그렇게 보냈는데 돌아보면 그 시간을 충분히 잘 즐긴 것 같아 만족스러워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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