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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수첩/유럽여행

중세에서 딱, 시간이 멈춘 섬 - 송세진의 On the Road/ 몰타(Malta)

아웃도어

중세에서 딱, 시간이 멈춘 섬

송세진의 on the Road/ 몰타(Malta) 머니위크 | 송세진 여행작가 | 입력 2013.04.20 14:16

 

비행기에서 내리면 갑자기 중세로 뚝 떨어진 느낌이다. 수도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고대, 중세, 성서, 명화, 도시의 길마저 소설 같은 곳. 이곳이 '몰타공화국'(Republic of Malta)이다.


◆꼬장꼬장하게 자기 색을 지켜온 나라


'몰타?' '말타?'라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 하는 사람도 "영화 < 트로이 > 봤지?" 하면 끄덕 한다. 바로 그 영화를 촬영한 곳이다. 여기에 < 글레디에이터 > , < 알렉산더 > 등의 제목을 보태면 눈을 크게 뜬다. 한 발 더 나아가 '몇 년전 현빈이 보리음료 촬영을 했던 곳' 이라고 하면 몰타는 이미 마음 속 가고 싶은 여행지로 급부상한다.

몰타는 지중해 한가운데 있는 작은 섬이다. 전국에 버스터미널이 단 하나 있으며 이곳에 오면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제주도 6분의 1만한 작은 나라다. 발레타(Valletta) 터미널 근처에는 대통령 집무실이 있고, 가끔 이 나라의 국가원수를 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광장에서는 국민가수를 만날 수 있고, 몇 마디 나누고 사진 한두 장쯤 찍는 것도 가능하다. 복잡한 서울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첫 날은 이렇다. 어디를 둘러봐도 현대적인 느낌을 찾아 볼 수가 없다. 하루 이틀 지나면 때때로 새로 지은 건물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깜짝 놀라게 된다. 모든 건물은 상아색이다. 이들은 보이지 않게 노력하고 있었던 것이다. 새로 짓는 건물일지라도 전체의 조화를 고려해 건물의 색을 맞춘다. 어디에도 직선 대로가 없으며 경관을 망가트릴까봐 현대식 다리를 짓지 않고 5분 거리를 30~40분씩 돌아서 다니는 사람들…. 몰타는 고집스럽게 그들이 가진 소중한 풍경을 지키고 있었다. 인구 40만의 나라가 꼬장꼬장하게 자기 색을 지키고 있는 것이 대견하기까지 하다.

◆8개국의 중세와 영국의 근대


그런데 몰타에는 반전의 매력이 있다. 건국은 1964년이지만 사실은 7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증거로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온 대단한 유적들이 온 나라에 흩어져 있다. 선사시대의 무덤, 신석기 시대의 사원, 로마의 양식과 사도바울의 카타콤이 여행자를 끌어들인다. 그 중에서도 중세 기사단의 흔적이 몰타 문화를 더욱 다양하고 특색 있게 만든다. 여기에 이태리 거장 카라바조의 대형 작품까지 있으니 사람들이 이곳을 여행하고 싶어 하는 이유를 알겠다. 복합된 문화가 남았다는 것은 침략의 역사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픈 역사이지만 이제는 유럽 문화의 보고로 남은 곳….

특히 성요한 대성당은 이 나라 역사를 집약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몰타 섬은 1530년에 십자군이었던 요한 기사단의 영유지가 돼 8개 나라의 기사들이 이곳에 살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기민족의 전통대로 살았고 예배도 자신들의 방식대로 드렸다. 성당에는 8개 민족이 각기 자신의 언어로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신랑(nave)을 중심으로 예배실 8개가 마련돼 있다. 작은 예배실은 조금씩 다른 색깔과 모습을 하고 있다. 성당의 바닥은 400명 기사들의 무덤이고, 그 비석에 해당하는 표지가 모자이크처럼 이어져 바닥을 이루고 있다.

성당 옆에는 기사단 공관이 있고, 복도에는 중세 기사들의 갑옷이 전시돼 있다. 재미있는 것은 출신 나라별 갑옷들이 하나도 같은 모양이 없다. 같은 목적으로 기사들이 연합했지만 옷차림부터 예배 방식까지 자기만의 전통을 지켜온 것이다. 그러니까 몰타를 돌아다니는 것은 유럽 8개국의 중세를 집약적으로 구경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어떤 곳은 스페인의, 어떤 곳은 독일의, 어떤 곳은 이태리의 중세가 있다. 이보다 효율적인 여행이 있을까?

여기에 근대의 색깔은 영국을 가졌다. 그들이 독립하기 전까지 영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빈티지한 노란색 버스가 이곳의 상징이 될 정도였고, 가끔 만나는 빨간색 우체통은 'Kingdom of British' 라는 마크가 선명하다. 무엇보다 몰타어와 영어가 혼용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도 어학연수 가는 학생들 사이로 몰타가 알려지고 있다.

◆섬에서 다시 섬으로


몰타의 부속 섬으로 고조(Gozo)와 코미노(Comino)가 있다. 작은 나라에 있는 더 작은 섬이지만 각기 개성이 강하다.

고조섬에는 선사시대의 거석 신전과 주간티아 템플이 있는데 이는 청동기 시대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라고 하니 이를 보기 위해 몰타와 고조섬을 찾는 여행자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중심은 빅토리아 요새인데, 주섬의 임디나(Imdina)와 닮아있다. 재미있는 것은 요새의 골목이다. 침입자가 들어왔을 때 화살이나 창을 피해 달아나기 위해 모든 골목은 직선이 아닌 곡선의 형태를 가진다. 지금은 낭만적으로 보이는 굽어진 길에도 이런 사연이 있으니 얼마나 절박하고 호전적인 역사를 가졌는지 짐작이 간다.

고조섬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이 아주르윈도다. 이오니아해를 향해 시원하게 뚫려있는 커다란 창문, 아주르윈도는 그 자체 모습 뿐 아니라 깊고 푸른 바다의 풍경이 백미다. 파도치는 바닷가에 서 있자면 마치 중세영화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든다.

코미노섬에선 바다의 색이 완전히 달라진다. 지금까지 몰타에서 보지 못했던 에메랄드 빛 바다가 펼쳐진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로열블루의 바다만 보다가 갑자기 펼쳐지는 부드럽고 온화한 바다빛깔에 사람들은 매료된다. 실제로 영화 < 푸른 산호초 > 와 < 트로이 > 에 등장하는, 몰타가 자랑하는 매우 사랑스러운 바다이다. 여기에서는 다른 것이 필요 없다. 사진 찍고, 선탠하기가 다다. 문화와 문명을 쫓아다니며 지친 몸, 감탄하느라 놀란 마음을 이곳에 다 내려놓고 한가한 햇빛을 즐기다 보면 다시금 에너지가 충전되는 기분이다.

몰타는 작은 나라지만 이야기가 참 많은 곳이다. 혹자는 일주일만 있어도 따분하다고도 한다. 그런데 호기심 많은 사람에게는 '어드벤처 월드' 같은 곳이다. 그렇다. 우주여행도 가는 시대에 한번쯤 중세로의 여행은 어떨까.

[여행 정보]


< 한국에서 몰타 가는 법 >

가장 편한 방법은 두바이를 경유하는 항공편이다. 이외에도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을 경유해 몰타로 들어갈 수 있다. 몰타의 국적기인 에어몰타가 유럽과 지중해 여러 곳에 출항하였으므로, 한국에서 직항은 없지만 몰타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에어몰타 사이트: http://www.airmalta.com
몰타 공항이름: Luqa airport

교통

: 발레타 버스터미널에서 각 지역으로 가는 버스(ARRIVA버스)를 탑승하거나 택시 이용. 슬리에마에는 고조섬, 코미노섬, 발레타 등으로 가는 페리가 있다.

시차

: 우리나라 보다 7시간 느림

화폐단위

: 유로

< 기타 대표적인 볼거리 >


임디나

(Imdina) : 로마 점령 당시 수도로 전형적인 요새의 형태를 하고 있다. 이후 들어온 아랍권의 영향으로 군데군데 아랍 풍의 양식도 남아있다. 배우 현빈이 광고를 찍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성바울 성당과 카타콤

: 몰타는 성서의 바울이 난파당해 밀려온 곳이기도 하다.

발레타

(Valletta) : 성요한 기사단의 근거지로 현재 몰타의 수도다. 중세의 흔적과 기사단 이야기가 집약돼 있는 곳이다.

마샤슬록(marsaxlokk) 피시마켓

: 일요일마다 열리는 해산물 시장인데, 생선 뿐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고 볼거리가 많다. 몰타의 특산물이라는 레이스 제품이나 대표 간식거리인 누가, 기념품 등도 시내의 마켓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구입할 수 있다.

< 여행 Tip >


- 고조섬과 코미노섬은 버스와 페리를 타고 개별적으로 갈 수도 있지만, 슬리에마에 가면 여러 가지 여행 프로그램이 있다. 스케줄과 동선을 고려해 선택하면 섬 간의 이동을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 몰타는 시칠리섬과 90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비행기를 타면 1시간 정도 걸린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몰타와 함께 시칠리섬을 엮어서 여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음식 >

누가

: 호두, 아몬드 등 너츠와 과일을 넣은 것으로 우리나라 음식에 비유하자면 엿이나 부드러운 캔디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여행자들의 선물로 인기가 높다.

몰타 전통 과자

: 라밧에 유명한 파루찬 제과점이 있으며 이 중에서도 허니링이 대표상품이다. 임아렉은 밀가루, 대추, 견과류와 함께 튀겨낸 빵으로 달콤하고 고소하다.

토끼고기

: 몰타의 전통음식으로 보통 튀긴 후 와인, 마늘, 향신료 등으로 만든 소스를 곁들여 먹는다.

해산물 요리

: 마샤슬록 피시마켓 주변에 씨푸드 레스토랑이 많이 있으며 가자미 튀김, 해산물 파스타 등을 즐길 수 있다.

팀파나

: 파이 속에 고기 파스타가 들어있다. 한 조각이면 한끼 식사로 충분하다.

< 숙소 >


숙소 예약 사이트를 이용하면 여러 숙소를 비교해 보고 저렴하게 예약할 수 있다.
www.agoda.co.kr
http://www.hostelbookers.com

아르겐토

(Argento) : 몰타의 핫플레이스인 세인트 줄리안스에 위치해 있고, 가격대비 좋은 서비스와 부대시설을 자랑한다.
https://argentohotel.reserve-online.net / (+356)20144000 / 75유로~165유로(1박)

Granny's Inn Hostel

: 가족이 운영하는 깔끔한 숙소로 저렴한 가격에 만족도가 높아 배낭여행자 뿐 아니라 비즈니스 여행자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http://www.grannysinn.com / (+356)99211751 / 12~25유로(1박)

☞ 본 기사는 < 머니위크 > (

) 제27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송세진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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