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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수첩/국내여행

오래오래 흰구름처럼 머물고 싶은 곳

여행

오래오래 흰구름처럼 머물고 싶은 곳

시골여행② 원촌 간판마을 다음라이프 | 위즈덤하우스 | 입력 2013.04.26 15:05 | 수정 2013.04.26 15:09

 

"엄마! 이 동네 간판 말예요. 예쁘죠? 이 동네는 도서관도 예쁘고 간판도 예뻐요."

원촌 간판마을의 간판은 확실히 다른 곳과는 달랐다.

생각보다 마을은 작았다. 그리고 그 마을을 지키는 사람들은 연로하신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독특하고 인상적인 간판에 비해 그 마을을 지키며 삶을 일궈내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어쩐지 쓸쓸하다.

어딘가 아이러니하다.

동네를 둘러보는데 아무리 봐도 마을이 텅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슬슬 허기도 지는 차에 지나가시는 할머니 앞으로 번개처럼 달려갔다.

"할머니! 동네에 떡 방앗간 있죠? 어디쯤 있어요?"

"어디서 왔는디? 떡은 안 팔 것인디……."

그냥 위치만 일러주시면 되는데 할머니는 연신 혼잣말처럼 "떡은 안 팔 것인디" 하시며, 손양더러 따라오라며 앞장서신다. 할머니 말씀처럼 떡 방앗간에 오늘 팔 떡은 없었다. 그저 짱짱한 볕을 쏘이기 위해 널어져 있는 붉은 고추만 있을 뿐이었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대광만물상회, 꼼꼼한 솜씨로 모든 농기계 수리가 가능한 백운농기계 종합수리센터, 해물이 들어간 얼큰 짬뽕이 일품인 양자강, 할머니들의 빠마머리를 책임지는 미진미용실, 매사냥 무형문화재 할아버지가 계시는 원촌정육점, 만물상만큼 다양한 물품을 갖춘 흰구름 할인마트, 그리고 흰 구름도 쉬어 갈만큼 정겹고 평화로운 백운면 원촌 간판마을의 모든 가게를 손양과 함께 진심으로 응원해보았다.


다음 번 이곳을 목적지로든, 우연히든 다시 들를 때는 눈 크게 뜨고 찾아봐야 보이는 아주 작은 주유소에서 주유도 하고, 솜씨 좋은 아저씨께 엔진오일도 갈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엔진오일을 교환하는 사이 나는 얼른 손양과 40년 식당 경력의 '육번집'으로 달려가 속 시원 한 순대국밥 한 그릇 먹으리라.

시원한 바람이 어깨 위로 내려앉던 마을 끝 정자에 앉아 오래오래 흰 구름처럼 머물러야겠다는 생각도 해보면서 말이다. 그러다 문득 누군가가 그리워진다면 얼른 백운의 우체국으로 달려가 엽서에 그리움을 실어 보내리라.

그리움의 끝에 달금한 냄새가 난다. 사람 사는 냄새다.


출처 : 열살전에 떠나는 엄마 딸 마음여행
저자 : 박선아 지음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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