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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여행 안내

맨발로 걷는 문경새재

 

맨발로 걷는 문경새재

한국사진기자협회 | 입력 2013.05.23 13:59

 

 

세상일 다 벗어 놓고
그대 맨발로 오라

-문경새재의 꿈길 같은 황톳길 산책…새재를 걸어보지 않고 누가 길을 걷는 즐거움을 노래하는가

"문경새재 넘어갈 제/ 굽이야 굽이야 눈물이 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문경새재아리랑')

눈물은 우리네 한의 결정체다. 기뻐도 슬퍼도 눈물이 난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문경새재를 넘어가는데 왜 눈물이 날까. 한 많은 인생 고개를 닮은 때문이리라. 아리랑의 원조가 문경새재아리랑인 이유다.

"새재 골짜기/ 물박달나무는/ 딱 한 곡조/ 우리네 어메의 어메의 어메/ 그 어메가 부르던 아리랑밖에/ 부를 줄 모른다/ 그것도 아르르르 아르르르 아라리요/ 나직이 흐르며 이어지는"(이가림의 '물박달나무의 노래') 곡조다. 한과 체념, 슬픔과 소망, 그리움과 별리의 아픔까지 담긴 중모리 장단의 문경새재아리랑은 그래서 더욱 사람들의 애간장을 녹인다.

맑은 물과 공기, 길을 따라 우거진 하늘숲, 마사토 고운 흙길…. 맨발로 걷기에 더없이 좋은 새재는 이제 천연의 녹색 공간, 웰빙과 휴양의 고장으로 탈바꿈하였다.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청량제 역할을 하는 꿈과 희망의 고갯길로 바뀌었다. 달빛축제 날엔 둥근 보름달을 굴리며 새재를 걷는 환상적인 낭만도 맛볼 수 있다. 발 담근 계곡에선 "손 씻다 물위에 쓴 글씨 '너무 맑다'/ 피라미 한 마리 나와 그걸 물고 사라지"(강인순의 '생수에 관한 명상')는 선경도 만날 수 있다. 혼자 사색하며 가족·연인들과 정담을 나누며 걷는 새재 길은 그래서 최고의 도보여행 일번지로 꼽힌다.

걷는 것만큼 사람을 경건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길은 죄다 차들이 차지해버려 오늘날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사람이 주인인 길, 그곳이 문경새재다.

"길은 멀어도 우리 사랑 끝이 없으니/ 세상일 다 벗어 놓고 그대 맨발로 오라"(권갑하의 '그대 맨발로 오라')

꿈길 같은 새재를 걸어보지 않고 누가 길을 걷는 즐거움을 노래하는가. 맨발로 새재를 걸어보지 않고 누가 길의 도를 말할 것인가. 세상일 다 벗어 놓고 그대 맨발로 오시라.

글 권갑하 시인
사진기자 주기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