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순례기] 합정역 에어 카페 ‘비행기’-지상에서 하늘을 나는 법
트래비 입력 2013.05.23 10:33 수정 2013.05.23 10:38
'여행은 항상 옳아요'라고 말하는 여행주의자는 아니다. 그러나 '여행이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는 주장에는 기꺼이 한 표를 던진다. 특히 인생이 배배 꼬이기 시작할 때, "덤벼라"며 호탕하게 비행기와 접신하는 이들을 좋아한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위인전처럼 읽는 책상형 인간에 가깝다. 떠나는 용기는 대체 어디서 샘솟는 것인지. 멀리 떠나지 못하고 같은 자리를 빙빙 맴돌다가 카페 '비행기'에 불시착했다.
합정역의 인적 드문 골목을 지나자 비행기가 '주기駐機'하고 있는 빌딩이 보였다. 이 빌딩의 엘리베이터는 국제공항의 출국장과 닮았다. 'Thank you for boarding our flight. 3층은 출발층입니다'라는 글귀가 보였다. 카페의 문을 열자 때마침 가수 몽니의 노래 '그대와 함께'가 흘렀다. "그대와 함께 기차를 타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떠나고 싶어~" 입구부터 여행카페임을 증명하더니 음악, 소품, 메뉴 등 카페는 온통 '여행'이라는 도장을 쿡쿡 찍어두고 있었다. 카페의 의자와 탁자도 비행기 좌석을 본뜬 것이고, 의자에 깔아 놓은 담요도 모 항공사의 로고가 새겨진 실제 기내용 담요였다. 메뉴판은 '항공권'이고 쿠폰은 세계지도가 그려진 '여권'이다. '비행기'라는 카페의 정체성 때문인지 항공사 직원들도 이곳을 종종 찾는다.
심지어 화장실에까지 여행 관련 글을 새겨두는 철두철미함이란! "사람이 살아가면서 꼭 위로 높아지는 것만이 정답은 아닌 것 같아. 옆으로도 넓어질 수도 있는 거잖아. 마치 바다처럼. 넌 지금 여행을 통해 옆으로 넓어지고 있는 거야." 책 <떠나보면 알게 될 거야>의 한 구절이었다. 이쯤 되면 주인장을 맞출 수 있다. 분명 카페의 주인장은 세계일주를 마치고 돌아온 '여행 중독자'가 아닐까? 하지만 완전 틀렸다. 30대 초반의 젊은 사장은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여행 팁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장소'를 갖고 싶어 투 잡을 시작했단다. 비행기를 타고 쉽게 떠날 수 없으니 아예 비행기라는 비밀 아지트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생긴 지 이제 1년을 넘은 이곳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건 '기내식을 파는 카페'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카페의 주메뉴는 영국, 독일, 미국, 호주, 프랑스, 한국 6개 나라의 기내식. 석쇠 위의 오징어처럼 몸을 꼬다가도 기내식이 나오면 정자세를 하는 나 같은 '촌놈'에겐 희소식이다. 기내식 메뉴와 함께 따라 나오는 종이 비행기를 펼쳤다. 비행기 안으로 작은 글씨가 보였다. "Present=Present" 오늘은 선물이란다. 카페에서의 하루는 뜻밖의 비행이었다.
↑ 1 인기 메뉴는 영국풍의 기내식 2 기내를 본뜬 좌석 배치가 인상적이다 3, 4 여행을 자극하는 글귀와 소품이 곳곳에 숨어 있다
합정역 에어 카페 '비행기'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04-19 갈물빌딩 3층
문의 02-332-2789 blog.naver.com/the_air_cafe
주요메뉴 기내식 세트 1만원(4,500원짜리 음료 포함), 커피류 4,500원부터, 맥주 4,500원부터, 와인 7,000원부터
유의사항 기내식 종류는 방문일에 따라 바뀐다
영업시간 오전 11시~밤 11시
글 사진 구명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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