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마트폰 / 리아 내게 스마트폰은 손에 들고 다니는 소형 컴퓨터 같다. 필요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데다, 자주 이메일을 체크 할 수 있어서 일런지 모르겠다. 오래전 외국에 자주 다닐 때에는 소형 노트북 컴퓨터를 구입했지만 별로 사용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고 만 적이 있었다. 나는 무엇이든 기기를 다루는 것이 더딘 편이어서 해외에서 인터넷을 연결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였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스마트 폰은 아예 구입할 생각이 없었다. 휴대폰의 용도는 그저 전화를 하고 문자를 전송하는 정도다. 한 가지 더 한다면 사진 찍고. 그런데 얼마 전 지인이 백두산을 여행하면서 자신의 스마트 폰으로 해당 카페에 실시간 그곳의 사진과 소식을 전송하는데 그만 마음이 동요되어 그 즉시 구입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걱정이 태산이었다. 처음에는 전화벨이 울리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르며 전화기 버튼을 여기저기 누르는데 그만 전화가 끊어져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전화를 거는 것도 쉽지 않았다. 휴대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를 찾는데 너무 꾹꾹 눌렀는지 번번이 다른 곳으로 걸렸다. 정말 막막하기만 했다.
그러던 중 지난 9월 초 ‘문학 강연회’에 참가했었다. 행사장인 영동 ‘송호 청소년 수련원'에 도착하여 등록한 후 주변을 산책하며 새로 구입한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줌 기능을 사용하려고 폰을 이리저리 돌려 보며 줌 기능을 찾아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때 마침 낯익은 양 시인님이 저 만치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쪽으로 가서 스마트폰을 구입한지 며칠 되지 않아 잘 모른다고 말하며 줌 기능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자신의 스마트폰 카메라에 두 손을 대고 양쪽으로 밀고 당기며 줌 기능을 말해줬다. 그의 도움으로 송호리의 아름다운 풍경을 내 스마트 폰 안에 듬뿍 저장할 수가 있었다. 나는 그 정도만으로도 만족했다. 스마트폰 기기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오직 전화를 걸고 받는 것만 사용하려고 했었으니까.
예정된 시간이 되자 행사가 시작되었다. 1부 <시>강연이 끝나고 나는 약간 피곤해 있던 터여서 일행에게 양해를 구하고 숙소로 올라갔다. 그러나 잠을 자기에는 좀 이른 시간이어서 친구에게 안부 문자를 전송하려고 사진을 첨부하는데 놀랍게도 사진을 자체 편집하는 기능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신기하기도 하고 연습도 할 겸 그날 찍은 사진을 한 장씩 편집하며 저장하고 있는데 룸메이트인 김 선생이 들어 왔다. 김 선생과는 그날 처음 만났지만 친근감이 있었다. 김 선생도 특별히 친한 문우가 없다보니 나와 룸메이트가 된 것 같았다.
김 선생은 룸에 들어오자 누군가한테 문자를 전송하는 듯했다. 흘깃 바라보니 스마트 폰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있어 나는 내심 무척 반가웠다. 이내 조심스럽게 다가가 내 스마트폰을 내밀며 기능을 물었다. 김 선생은 스마트폰을 사용한지 2년여 되었다며 기기를 능숙하게 다루며 각각의 기능을 설명해줬다. 앱을 다운받고, 메인 창에 새 폴더를 만들어서 같은 종류끼리 저장하는가하면, 불필요한 것들은 삭제했다. 그 외 앱을 관리하는데 필요한 편집 기능도 알려주더니 자주 하다보면 곧 익숙해 질 것이라고 했다.
불과 하루사이였다. 스마트폰을 익숙하게 잘 할 수 있었던 것이. 이튿날 대전에 돌아와서 영어 라디오, 손전등, 다중번역기, 네이버 길 찾기, 사전 등의 앱 활용은 이웃 사람한테도 다운 받아줄 정도였다. 만일 그날 김 선생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지금도 구형 폰처럼 단지 전화를 하는 용도로만 사용했을 터였다. 구형 폰을 처음 구입했을 때도 거의 2년 동안은 오직 전화 용도로만 사용했던 것 같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낯선 문학 강연장에 와서 배우다니 정말 사람의 일이란 알 수 없는 거 같았다.
사실 나는 늘 인덕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특히 해외를 여행하며 만난 룸메이트는 정말 불편한 경우가 많았다. TV를 켜 놓아야 잠이 온다는 둥, 여성임에도 술을 너무 한다든지, 룸에서 담배를 너무 많이 피워 화재경보기가 울려 소란을 피우는 둥...정말 별의별 유형의 사람들이 많았다. 어느 날인가는 담배 연기로 인해 내가 목감기가 걸려 목이 부어 귀국할 때까지 간신히 물 만 마신 적도 있었다. 그 후 여행을 계획하면 해당 여행사에 반드시 룸메이트의 성향을 묻는 습관이 생길 정도였다.
그런 이유 때문에 국내는 가능하면 당일 여행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지난 번 영동 ‘송호 청소년 수련원‘에서 열린 ’문학마당’에 가면서도 되도록 밤늦게라도 돌아올 예정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김 선생을 만나 뜻하지 않게 스마트폰 활용을 배우며 귀한 인연을 맺게 되어 더 없이 기뻤다. 김 선생도 문단에 등단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것이 낯설었는데 나를 만나 즐거웠다며 도리어 내게 고맙다고 했다. 그 순간 처음 만나는 룸메이트에 대한 선입견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했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인해 내 생활에 다소 활력이 있어진 것 같다. 그동안 소원했던 지인들이 불현듯 생각이라도 난 양 ‘카카오톡’에 안부 인사를 남겨놓는다거나, ‘카카오스토리’에 내 이야기를 올려놓고 틈틈이 들여다보며 웃곤 해서인 것 같다. 여하튼 기기에 좀 더 익숙해지면 여느 음악가들처럼 나의 스마트폰에도 음악 반주기를 입력해놓고 수시로 나의 애창곡을 불러보고 싶다.
* 대전 출생. 2010 『시에』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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