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백마강 "풍등 날리기" 행사에 다녀와서.....
커다란 나무 찻상에 다도 세트가 준비되어 우리는 찻상 앞에 앉았다. 그런데 저만치 한덕희 총무가 갖고 온 생동동주와 생막걸리가 보이는 것이었다. 어두운 밤하늘에 풍등을 날려 보내고 뭔지 모를 충만해진 마음, 시인 송은애 운영위원장님이 앞에 놓인 유리 찻잔에 술을 따랐다. 송 시인님과 나는 주거니 받거니 몇 잔 마시는데 산방 주인의 눈총이 따가웠다. 주인이 차를 따르다가 찻잔 두 개가 없자 우리를 못마땅하게 바라본 것이다. 우리는 이내 잔을 비우고 찻잔을 내밀었지만 주인의 따가운 눈총은 쉽사리 거두지 않았다. 우리가 다도(茶道)를 전혀 모르는 무식쟁이로 생각했음이라. 그때 마신 그 생막걸리가 ‘레드닷 디자인상’을 받은 것이다.
이렇듯 “대전사랑 문고사랑”모임을 떠올리면 크고 작은 즐거운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부여 백마강 풍등 날리기 행사에 참여했을 때도 나로서는 무진장 값진 체험이었다. 지난 4월14일 (음력 3월 보름) 오후 3시, 도마동 네거리에서 집결하여 몇 대의 승용차로 편승을 해서 부여로 출발했다. 당일 아침 강릉에서 오신 유진희 회장님께서는 회원들과의 반가운 만남에 피곤함도 잊으신채 마냥 기뻐하셨다. 부여 가는 길에 ‘들꽃과 돌쟁이’ 카페에 들러 호박 식혜를 얻어 마신 것도 잊혀지지 않는다. ‘들꽃과 돌쟁이’는 연산 사거리에서 논산방향 2km 지점에 있다. 그곳에서 여러 종류의 들꽃과 나무, 도자기, 염색 의류 등을 탐방하며 휴식을 취한 후 대전에서 일행보다 늦게 출발해서 도착한 회원들까지 인원을 재정비하여 다시 부여로 출발했다.
삼십여분 지나자 차창 밖으로 4월 중순의 너른 들녘에는 겨울을 막 지나와 드문드문 푸릇푸릇한 새싹이 돋고 저 멀리 강물이 보였다. 도로변 팻말에 ‘부여군 임천면 두곡리’ 라고 써 있는 것을 보니 도착지가 가까웠다. 우리는 인근에 있는 오토캠핑장으로 유명한 ‘나르메 산방’에 짐을 풀고 캠프장 안을 견학했다. 안에는 오토 캠핑을 위한 각종 장비가 고루 구비되어있었다. 캠프장을 나와서 앞마당에 연이어있는 강변으로 이동했다. 3월의 *신성한 보름달을 향해 풍등을 날리며 자신의 소원을 담아 하늘로 날리기 위해서였다. ‘나르메산방’은 유진희 회장님과 친분이 있는 곳으로 그곳에 차도 주차시키고 저녁식사도 하기로 되어있었다.
강가는 우드 데크로 설치되어 있어서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걷는데 정말 참 많이 웃었던 것 같다. 강물이 출렁이는 옆으로 보이는 늪지도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곳은 부여 백마강 줄기로 4대강 우드 데크 마지막 지점이라고 하는데 강을 중심으로 강 건너편은 전북, 이쪽은 충남으로 풍광이 너무나 수려했다. 어느덧 날이 어둑해지자 산방 주인이 풍등을 날릴 수 있는 도구를 가져왔다. 여러 개의 풍등에 각기 불을 붙인 후 저마다의 소원을 기원하며 각기 풍등을 날리는데 그 정경이 장엄했다. 그때였다. 시인 송은애 운영위원장님의 즉흥시가 들렸던 것은. “풍등” 캄캄한 밤하늘에 숭고하게 울려 퍼지던 외침, 풍등!
회원 한 사람, 한 사람 씩 저 멀리 날아가는 자신의 풍등을 향해 힘껏 외쳤다. “풍등, 풍등, 풍등... ” 회원들의 풍등 외침이 끝나자 송은애 시인은 다시 즉흥시를 이어갔다. “한 점이 되어 나르는 풍등에 사랑과 소망과 서로의 마음을 담아 영원히, 영원히 풍등과 보름달이 어우러져 바램(바람)이 되고 저기, 저 보름달에게 누군 사랑을 갈구하고 누군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을 누군 우리의 모든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빌어본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 속에는 묵묵히 자연을 섬긴다는 의미도 있을게다. 캄캄한 하늘에 두둥실 떠가는 붉은 풍등을 바라보다가 풍등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그 자리를 일어섰다. 아마도 소원은 분명 성취 될 것이라고 믿는다. 너무나 경건한 마음으로 날려 보냈기에. 강위에 떠있는 보름달은 여전히 휘영청 출렁이는 강물을 비추고 있었다. 우리는 보름달을 뒤로하며 저녁식사를 하기위해 나르메산방으로 되돌아갔다.
산방에 들어서자 향긋한 차향이 코 끝에 닿았다. 산방 주인이 연꽃잎차를 내리고 있던 중이었다. 유리찻잔에 막걸리를 따라 마시는 통에 나는 비록 주인한테 눈총은 받았지만 이 조차도 즐거운 추억이 되고 말았다. 연꽃잎차를 한잔씩 음용하자 그곳에서 유명한 연밥정식이 한 상 거하게 차려졌다. 양촌양조 생막걸리와 생동동주를 주거니 받거니 권하면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갖었던 것 같다. 특히 식탁을 가운데 두고 모두 일어서서 “나성에 가면” 노래를 합창할 때는 감명 깊었다. 다름아닌 악보를 유진희 회장님께서 강릉에서 오실 때 직접 준비해 오신 때문이다. 노래의 의미가 좋다고 단결하는 의미로 문고사랑 합창곡으로 선곡하셨다고 한다.
나성에 가면, 합창곡을 마지막으로 그날 “풍등 날리기” 행사를 마무리 했지만 그 여운은 오래 남아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것 같다. 그 후에도 어쩌다가 문고팀을 만나면 풍등 이야기를 하니까 말이다.
*신성한 보름달 - 매월 보름달 중에 3월에 뜨는 보름달이 가장 신성하다고 한다
―『9월의 노래』(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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