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세상에 하나뿐인 무용수, 그것도 제대로 미친…
고교생 22명과 '사심 없는 땐스' 무대 올리는 현대무용가 안은미 조선일보 신정선 기자 입력 2012.02.25 03:13 수정 2012.02.25 10:11그는 머리에 빨간 꽃을 꽂고 나타났다. 그렇지 않아도 남들이 '미친년'이라고 하는 데 설상가상이다. " 미국 뉴욕 에서 공부할 때도 거기 사람들이 저보고 크레이지 걸(crazy girl)이라고 했어요. 에너지가 넘치고 독특하다는 뜻이었죠."
빡빡머리에 파격적이고 대담한 발상으로 이름난 현대무용가 안은미(50)가 26일까지 고등학생 22명과 함께 '사심 없는 땐스'를 올린다. 할머니 막춤을 모은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에 이은 '연령 댄스' 2탄이다. 지난 21일 공연장인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는 "흰 도화지 같은 아이들의 감수성이 사심 없는 예술의 본질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서 작품명을 정했다"고 말했다.
중·고등학교 때 소위 '날라리'였을 것 같은데, 개근상을 놓치지 않았다. 학교는 꼬박꼬박 갔다. 가서 딴생각을 했다. 책상에 가만히 앉아있다가 "낙엽은 왜 떨어질까, 시몬!"이라고 중얼거리기도 하고, 갑자기 큰 소리로 웃기도 했다. 갑갑하다고 싫어했을 것 같은데, 윤리와 사회 과목을 열심히 들었다고 한다. "사회가 어떤 걸 요구하는지 궁금하잖아요. 왜 그런 관점을 교과서에 싣는지 알아야 따르든 벗어나든 하죠." 집에 가면 몇 시간이고 거울 앞에서 당기는 대로 췄다. "안 하면 죽을 것 같았어요."
대학에 가면 춤을 잘 출 수 있다고 해서 갔다. 정작 제대로 된 춤은 자신이 천재가 아니라는 걸 깨달으면서 시작됐다. "대학교 3학년 때 알았어요. 천재라면 그때쯤 요절했어야 하잖아요. 아, 나는 천재가 아니구나, 재주도 하늘이 내린 것치고는 무난하구나. 그러면 파란만장한 이 삶을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결심했죠. 천재도 아니고 둔재도 아니라면 마음대로라도 살아보겠다고요."
지금처럼 머리를 민 건 1991년이었다. "예뻐지고 싶어서 밀었어요. 처음엔 저도 무서웠어요. 그런데 미니까 귀엽기만 하더라고요. 이게 나로구나, 깨달았어요. 지금도 항상 생각해요. 그날 저는 다시 태어났다고요." 그 후 짐을 싸서 뉴욕으로 떠났다. "가르쳐주시던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예술가는 고독해져야 한다고요. 뉴욕의 소음과 군중 속에서 평정을 잃지 않는 고독함이 무언지 알게 됐지요. 예술하는 건 남들과 다른 동네에 사는 거예요. 그 동네에 친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하지만 감당해내야 하는 외로움이죠."
안무가 안은미 인터뷰. /영상=이진한 기자magnum91@chosun.com그의 춤에 변하지 않는 원칙은 '한 번 한 건 절대 다시 안 한다, 배운 건 그대로 따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훌륭하다'고 말한다. "나 같은 무용수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으니까요."
'미쳤다'는 표현에 대해서도 당당하다. "예술은 완벽을 지향하는 게 아니고, 다른 각도로 질문하는 거예요. 다른 각도로 바라보는 뇌를 가진 게 예술가고요. 다르게 들여다보려면 미쳐도 제대로 미치지 않고서는 안 되는 거죠."
'다르게' 들여다보려는 그의 작품은 항상 독특하다. 2001년 만화 '은하철도999'를 비튼 '은하철도000(빵빵빵)'에서는 빡빡머리에 빨간 원피스를 입은 메텔로 나왔다. 2007년에는 'I can't talk to you(너한텐 말 못 해)'를 올렸다. 상대 무용수(?)가 닭이었다. 철창에서 그가 몸을 비틀면 기운찬 닭이 꼬꼬댁 홰를 치며 요란하게 돌아다녔다.
무조건 벗고 도발하는 것 같지만 그의 작업은 치열한 고민의 산물이다. "생각의 끈을 한시도 놓치면 안 됩니다. 제일 힘든 게 욕망에 종속되지 않는 것 같아요. 얽매이면 삶이 탁해지고, 작품이 흐리멍덩해져요." 그래서 제일 기분 좋을 때 중 하나가 좋은 비평에 얻어맞을 때다. "공부해야 할 게 생기잖아요. 새로운 걸 알면 얼마나 신나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불끈 솟았다. 그들 편에 남다른 존재가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 싶어서 학교 강연 기회가 있으면 전국 어디든 달려간다. '사심…'에 출연하는 학생들이 준 편지에는 그에 대한 애정과 감사가 가득하다. '안샘(안은미 선생님)이 사는 방법을 가르쳐줬어요', '갇혀 있던 곳에서 탈출하게 됐어요', '용기와 자극, 행복을 얻었어요'….
내년에는 '아저씨 땐스'를 계획 중이다. 한때는 멋진 오빠였으나 이제는 배 나오고 머리숱 줄어든 전국 아저씨를 불러모을 생각이다. 자격 조건은 나이(40~55세)뿐, 몸이 근질근질한 아저씨는 누구든 환영이다. "한국 남성 몸의 역사를 보여주고 싶어요. 의상? 각자 직업별로 입고 나와서 마음껏 에너지를 표출해 하면 되는 거죠."
▲무용 '사심 없는 땐스',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02)708-5001
빡빡머리에 파격적이고 대담한 발상으로 이름난 현대무용가 안은미(50)가 26일까지 고등학생 22명과 함께 '사심 없는 땐스'를 올린다. 할머니 막춤을 모은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에 이은 '연령 댄스' 2탄이다. 지난 21일 공연장인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는 "흰 도화지 같은 아이들의 감수성이 사심 없는 예술의 본질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서 작품명을 정했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 [조선일보]안은미는 당당하다. 자신을‘훌륭하다’고 서슴없이 평가한다. 그만큼 치열하게 공부하고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 세상에 나 같은 무용수는 하나밖에 없어요!”21일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앞에서.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대학에 가면 춤을 잘 출 수 있다고 해서 갔다. 정작 제대로 된 춤은 자신이 천재가 아니라는 걸 깨달으면서 시작됐다. "대학교 3학년 때 알았어요. 천재라면 그때쯤 요절했어야 하잖아요. 아, 나는 천재가 아니구나, 재주도 하늘이 내린 것치고는 무난하구나. 그러면 파란만장한 이 삶을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결심했죠. 천재도 아니고 둔재도 아니라면 마음대로라도 살아보겠다고요."
지금처럼 머리를 민 건 1991년이었다. "예뻐지고 싶어서 밀었어요. 처음엔 저도 무서웠어요. 그런데 미니까 귀엽기만 하더라고요. 이게 나로구나, 깨달았어요. 지금도 항상 생각해요. 그날 저는 다시 태어났다고요." 그 후 짐을 싸서 뉴욕으로 떠났다. "가르쳐주시던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예술가는 고독해져야 한다고요. 뉴욕의 소음과 군중 속에서 평정을 잃지 않는 고독함이 무언지 알게 됐지요. 예술하는 건 남들과 다른 동네에 사는 거예요. 그 동네에 친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하지만 감당해내야 하는 외로움이죠."
'미쳤다'는 표현에 대해서도 당당하다. "예술은 완벽을 지향하는 게 아니고, 다른 각도로 질문하는 거예요. 다른 각도로 바라보는 뇌를 가진 게 예술가고요. 다르게 들여다보려면 미쳐도 제대로 미치지 않고서는 안 되는 거죠."
'다르게' 들여다보려는 그의 작품은 항상 독특하다. 2001년 만화 '은하철도999'를 비튼 '은하철도000(빵빵빵)'에서는 빡빡머리에 빨간 원피스를 입은 메텔로 나왔다. 2007년에는 'I can't talk to you(너한텐 말 못 해)'를 올렸다. 상대 무용수(?)가 닭이었다. 철창에서 그가 몸을 비틀면 기운찬 닭이 꼬꼬댁 홰를 치며 요란하게 돌아다녔다.
무조건 벗고 도발하는 것 같지만 그의 작업은 치열한 고민의 산물이다. "생각의 끈을 한시도 놓치면 안 됩니다. 제일 힘든 게 욕망에 종속되지 않는 것 같아요. 얽매이면 삶이 탁해지고, 작품이 흐리멍덩해져요." 그래서 제일 기분 좋을 때 중 하나가 좋은 비평에 얻어맞을 때다. "공부해야 할 게 생기잖아요. 새로운 걸 알면 얼마나 신나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불끈 솟았다. 그들 편에 남다른 존재가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 싶어서 학교 강연 기회가 있으면 전국 어디든 달려간다. '사심…'에 출연하는 학생들이 준 편지에는 그에 대한 애정과 감사가 가득하다. '안샘(안은미 선생님)이 사는 방법을 가르쳐줬어요', '갇혀 있던 곳에서 탈출하게 됐어요', '용기와 자극, 행복을 얻었어요'….
내년에는 '아저씨 땐스'를 계획 중이다. 한때는 멋진 오빠였으나 이제는 배 나오고 머리숱 줄어든 전국 아저씨를 불러모을 생각이다. 자격 조건은 나이(40~55세)뿐, 몸이 근질근질한 아저씨는 누구든 환영이다. "한국 남성 몸의 역사를 보여주고 싶어요. 의상? 각자 직업별로 입고 나와서 마음껏 에너지를 표출해 하면 되는 거죠."
▲무용 '사심 없는 땐스',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02)708-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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