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뭔 난리인지 모르겠어요. 육지 상인들이 염전에서 소금을 거두길 기다렸다 빼앗아가다시피 한다니까요.”
13일 오후 전남 신안군 신의도의 염전에서 일을 하던 윤정동(46)씨는 바닥에 모은 소금을 가리키며 “이미 주인이 정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상인이 30㎏ 부대당 2만2000원에 계약을 했다는 것이다. 윤씨는 “일주일 전만 해도 부대당 1만원에 팔았는데 값이 이렇게 오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목포에서 배로 두 시간 떨어진 신의도는 우리나라 천일염의 65%를 생산하는 신안군에서도 염전이 가장 많은 곳이다. 이 섬이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후 천일염 사재기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성물질이 한반도로 오기 전에 생산된 소금을 사려는 수요가 늘어난 데다 가을철 김장용 소금이 부족할 것을 예상한 상인들이 물량 확보 경쟁을 하면서 가격이 뛰고 있다. 신의도에서 30㎞ 정도 떨어진 신안군 비금도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택배 판매를 하는 ‘재기네소금’의 문재기(54)씨는 “가을 김장용으로 팔려고 보관 중이던 4000여 부대(20㎏)가 방사성물질 누출 사고 이후 10여 일 만에 동이 났다”며 “다음 달 배달하기 위해 받아 놓은 주문만 9000여 부대”라고 말했다.
소금을 담는 부대와 비닐까지 귀하신 몸이 됐다. 예년 같으면 소금을 염전에서 거둔 후 최소한 보름 이상 창고에 쌓아 두고 간수를 뺀 다음 포장을 하는데, 요즘은 염전에서 걷히는 족족 포장을 하기 때문이다. 목포의 부대 공장이 24시간 가동하는데도 물량이 부족해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을 정도다.
14일 오전 신의도 선착장에서 소금 부대를 싣고 목포행 배를 기다리는 4.5t 트럭들에선 간수가 흘러내렸다. 운전사 김모(47)씨는 “보통 때는 거래가 안 되는 물건인데, 서울 상인이 부대당 2만4000원씩에 구입했다”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천일염의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의도의 한 주민은 “간수를 제대로 빼지 않은 소금으로 김치를 담그면 쓴맛이 난다”며 “도시 상인들이 마구잡이로 사서 비싸게 판매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우리가 욕을 먹는다”고 걱정했다. 이에 대해 박우량 신안군수는 “수요가 늘어도 철저한 품질 관리로 신안 천일염이 세계적인 명품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