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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트렌디한 파리지앵의 핫 플레이스

 

가장 트렌디한 파리지앵의 핫 플레이스

레몬트리 | 입력 2012.04.04 17:17
[레몬트리]

파리는 워낙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대개는 에펠탑샹젤리제 거리를 중심으로 한 관광객의 동선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파리지앵도 물어서 찾아가는 진짜 트렌디한 플레이스는 따로 있다. 스타일리스트 이정화 씨가 요즘 파리에서 가장 '힙하다'는 곳을 찾아 트렌드를 리포트했다.

올리브 앤 코

올리브 오일과 병조림, 심지어 올리브로 만든 화장품과 비누에 이르기까지 올리브에 관한 것만 판매하는 올리브 앤 코(Olive & Co). 특히 미식가 파리지앵들이 즐겨 찾는 숍으로,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홈 오뚜르 뒤 몽드

파리의 마레 지구를 잘 뒤져보면 보석 같은 숍이 많다. 관광객들은 샹젤리제의 명품 매장을 찾지만, 파리지앵들은 미로 같은 마레의 골목을 뒤지곤 한다. 홈 오뚜르 뒤 몽드(Home Autour Du Monde)는 패션 디자이너인 세루주 벤시몽이 오픈한 디자인 소품 숍인데, 웬만큼 트렌디하다고 인정받는 디자이너 소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수 있다. 메종오브제 페어에서 봤던 핫한 아이템들을 여기서 다 만날 수 있었다.

편집숍 메르시

언제나 가장 핫한 트렌드를 보여주어 파리에 갈 때마다 꼭 들르는 곳이 바로 메르시다. 고급 아동복 봉푸앙의 창업자가 낸 자선 편집숍으로, 에코, 핸드메이드, 제3세계를 키워드로 해서 정기적으로 특별 전시를 하니 트렌드를 읽기 좋다. 2012년 2월의 주제는 자전거를 필두로 한 라이프스타일이었다. 자전거 부품을 분해해 벽에 장식한 센스가 멋지다.

마레의 빈티지 숍

1920~60년대의 빈티지 소품과 가구만 모아놓은 스타일 숍. 마레 지구에 숨어 있는 숍이다. 조명, 가구뿐만 아니라 그릇, 그림, 액세서리 등의 소품까지 모두 그 시대 것으로 일관되게 디스플레이했다. 박물관 못지않게 디자인 사조 공부가 되는 곳이니 파리 사람들은 행복하겠다.

봉 마르셰 백화점

관광객들은 대부분 갤러리 라파예트프랭탕 백화점으로 몰리지만, 파리지앵들은 좀 더 고급스러운 봉 마르셰를 즐겨 찾는다. 봉 마르셰 백화점은 파리 최초의 백화점이자 파리의 전통적인 부촌에 자리 잡고 있어서 그런지 식품 매장이 고급스러우며 웬만큼 핫하고 퀄리티 좋은 식재료는 모두 여기서 구할 수 있다. 드러내듯 화려하진 않지만 그래서 더 우아하고 모던한 인테리어 역시 지금 봐도 핫하다.

아스티에 드 빌라트 쇼룸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도기는 핸드메이드의 따스한 느낌이 잘 살아 있다. 물론 단품 하나씩만 봐도 멋스럽지만, 이렇게 브랜드의 콘셉트를 극명하게 잘 보여주는 아스티에 드 빌라트 쇼룸에서 조우하면 그 감동은 더 커진다. 제품의 캐릭터를 고스란히 반영한 이 쇼룸을 방문할 때마다 절대 실망하는 법이 없고 늘 새롭다. 생토노레 거리에 있다.

인디아 마흐다비의 쇼룸

요즘 파리에서 가장 핫한 디자이너는 이란 출신의 인디아 마흐다비. 그가 디자인한 공간들은 항상 화제를 불러일으킨다. 에스닉과 레트로 스타일을 믹스앤매치하고 아르데코를 모던하게 해석해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특징. 거울의 곡선 디테일과 레터링의 서체를 보면 딱 감이 오지 않는가!

메르시의 에이솝 부스

에코를 표방하는 메르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이 바로 에이솝 부스. 천연 화장품에 관심이 많은 파리지앵들이 즐겨 찾으며, 남자들이 제품을 고르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인더스트리얼 가구와 살아 있는 식물의 조화가 멋스럽고, 진열장에 반복적으로 나란히 놓인 제품의 배치가 모던하다. 디자인에 있어서 '일관성'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어, 볼 때마다 탄복하는 디스플레이.

클리낭쿠르 벼룩시장

관광객이 주로 찾는 골동품 노점보다는 현지인들이 들르는 사진이나 고서 섹션에 가보자. 마치 갤러리나 박물관을 찾은 느낌으로 이것저것 뒤적이는 파리지앵들을 만날 수 있는데, 이렇게 소일 삼아 거닐면서도 눈높이는 높아지고 공부도 될 테니 부럽기만 하다. 1970년대 잡지에 썼던 사진을 액자에 넣어 판매하는 숍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30년이 넘은 이 사진을 보라. 요즘 봐도 시대에

뒤처진 느낌 없이 여전히 멋스럽다.

화이트 타일의 유행

파리 어디를 가든 흔히 눈에 띄었던 것이 바로 이런 화이트 타일 꾸밈새. 우리나라에서는 '화장실 타일' 취급받는 이 심플한 타일로 마감하는 것이 파리의 카페와 인테리어 숍에서 유행 중. 단순히 벽이나 바닥에 사용하는 게 아니라, 이처럼 책상이나 선반에까지 활용한다. 그런데 이게 또 모던하고 멋스럽다.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파리

생토노레에 새로 오픈한 만다린 오리엔탈 파리. 특히 이곳의 식당은 아방가르드가 무엇인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종이가 겹쳐진 것처럼 보이는 이 장식은 사실 가죽 소재. 비늘을 연상케 하는 마감재가 시선을 잡아끄는 화장실 역시 독특하다.

나나시 레스토랑

마레 지구에 새로 생긴 레스토랑으로, 가게 한쪽에는 이처럼 요리에 쓰인 식재료를 디스플레이해 놓았다. '우리는 이런 신선한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는 자부심을 보여주면서, 한편으로는 손님들이 식재료를 쇼핑할 수 있도록 한 것. 음식을 내는 도시락 스타일의 세팅도 재미있다.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의 중정

마치 숲 속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 나는 호텔 내 레스토랑. 녹색을 들인 감각도 감각이지만, 볼드한 원형 오브제를 곳곳에 배치해 환상적인 느낌을 더했다.

꾸띔므 카페의 1인용 좌석

최근에는 파리에도 혼자 앉아 음식을 먹고, 차를 마시고, 책도 읽을 수 있는 이런 1인용 좌석을 설치한 곳이 많아졌다. 개인용 독서등을 달아놓은 배려도 훌륭하지만, 사실 무엇보다 먼저 눈에 띈 것은 멋스러운 빈티지 의자였다. 요즘 가장 힙한 카페로 입소문난 꾸띔므 카페(Coutume cafe)의 1인용 좌석.

봉푸앙

얼마 전 우리나라에도 수입되기 시작한 아동복 봉푸앙의 생제르망 데프레 매장. 할리우드 스타들이 자기 아이들에게 입히는 브랜드라지만, 옷보다도 관심이 가는 것은 데커레이션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컬러가 다 들어가 있다.

카페 베르레

파리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내는 곳으로 파리지앵들 사이에서 인정받은 곳. 1880년 오픈해서 지금까지 영업하는 만큼 오래된 가게지만, 관광객들 사이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소이기도 하다. 민박집 주인이 슬쩍 귀띰해준 곳으로 커피, 말린 과일, 차 등을 판매한다.

날것 그대로

우리나라와 달리 파리의 과일 가게에 가보면 과일은 포장지에 싸여 있는 게 아니라, 자기 잎이나 가지를 달고 있다. 셀로판지와 완충재로 포장된 과일에 비해 얼마나 먹음직스러운가. 가끔은 이처럼 오렌지를 슬라이스해 놓은 훌륭한 디스플레이 감각을 만나기도 한다. 파리의 과일 가게 주인장들은 과일 진열에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자연스러워 보이는 그들의 진열 방식은 전혀 우연이 아니라 주인장들의 계산 속에 탄생한 것이다.

와일드 내추럴

한 인테리어 매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디스플레이. 이끼를 데커레이션한 벽에 물소뿔 장식, 그리고 천장에 구불구불하게 매달린 덩굴과 아이비가 신비로운 느낌을 낸다.

가이드북 대신, 구글맵으로 현지인처럼 여행하다

이정화 씨는 파리만 해도 벌써 열서너 번을 오고 간지라, 올 때마다 핫플레이스를 둘러보고 새로 문 연 곳은 동선을 짜서 일부러라도 가보는데 이번에는 새로운 여행 방법을 시도했다. 지도와 가이드북 대신, 아이패드를 휴대한 것. 무제한 데이터로밍 요금제(1일 1만원)에 가입해서 구글맵(maps.google.com)을 이용하니 여행이 편해졌다. 현지에서 지도를 꺼냈다 폈다 할 필요 없이 구글맵을 열고 전날 지도상에 찍어놓은 목적지 위주로 움직이면 된다. 실제의 거리 풍경이 고스란히 보이는 구글뷰를 작동시키면 길을 잃을 염려도 없고, 외국 여행길에 숱하게 드는 의문-내가 과연 지금 어디에 있는가-도 구글맵에 '현재 위치'가 표시되니 자연히 해결되어 참 편했다.

스타일리스트 이정화 씨의 여행법은 좀 남다른 데가 있다. 일단 가이드북에 나온 유명 관광지가 아닌, 현지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핫하다고 입소문난 곳 위주로 둘러보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그녀가 들르는 곳은 인테리어 숍, 호텔, 쇼룸, 카페, 옷 가게 같은 일상생활이 영위되는 곳이지, 관광객들만 들락거리는 관광지는 아니다. 해외에서 그나라의 트렌드를 볼 수 있는 의외의 장소가 바로 고급 주택가라는 것이 이정화 씨의 증언. 우리나라로 치면 명동이나 인사동 보다는 한남동에서 트렌드가 더 잘 읽히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일부러 숙소를 고급 주택가의 민박이나 레지던스로 잡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곳에서는 관광객용이 아닌 진정성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엿보고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 김유리 취재 & 사진 이정화

레몬트리 2012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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