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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수첩/유럽여행

“일생 한 번” 약속 지켜 ‘일생 내내’ 인생 가치 되새겨요

 

“일생 한 번” 약속 지켜 ‘일생 내내’ 인생 가치 되새겨요

시골가족 12박14일 유럽 배낭여행기 중앙일보 | 장찬우 | 입력 2012.06.19 04:01 | 수정 2012.06.19 08:54

 

 

노이슈반스타인 성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우진이. 아산시 모종동에 살고 있는 이선호씨 가족은 지난해 여름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이씨의 가족여행기는 유럽여행카페 네이버 '유랑'에 연재돼 큰 공감을 일으켰다. 1년 뒤 이씨 가족의 유럽배낭여행기가 『여행은 또 다른 여행을 만든다』는 제목의 책으로 나왔다. 가이드북으로도 손색이 없다. 이씨 가족을 만나봤다.

-12박 14일 가족 유럽여행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궁금하다.

아빠(이선호)

="책에서도 밝혔지만 2006년 아내가 직장생활을 다시 시작하면서 붓기 시작한 적금을 깨 여행자금을 마련했다. 아이들이 좀 더 성장 한 후에 가족과 함께 1년 동안 세계일주 여행을 가자는 다소 허황된 약속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1년은 걸릴 세계 일주는 좀…, 현실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유럽여행을 가기로 한 것이다."

귄츠부르크 레고랜드에서 치언이.-아이들은 방학이 있지만 아빠와 엄마는 어떻게.

엄마(정지영)=

"제일 큰 문제가 회사에 허락을 받아 내는 일이었다. 직속상관에게 '사장님께 말해 달라' 부탁했는데 차마 그럴 수 없는지 '직접 말하라'고 하더라. '일생에 다시 하기 어려운 여행계획인 만큼 허락해 달라'고 애원했더니 사장님이 허락해 주었다."

아빠=

"나 또한 힘든 상황이었다. 중소기업 전문경영인으로 오너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느 누가 보름 가까이 회사를 떠나 유럽여행을 가겠다는 직원을 반기겠나. 그러나 입사 후 10년 동안 열심히 일한 노력을 인정해 준 덕에 여행 가방을 챙길 수 있었다."

-여행경비는 얼마나 들었나.

엄마=

"1200만원 정도 들었다. 패키지여행이 아니라 배낭여행이었기 때문에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호텔 보다는 유스호스텔에서 자고 음식은 직접 해먹기도 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경비를 아낀 것은 아니었다. 20여 개 도시를 돌며 가는 곳 마다 보고 즐기고 먹는 일에 열중했지만 생각보다 큰돈이 들지는 않았다."

(위) 융프라우요흐 풍경. (아래) 호엔 잘츠부르크 성 앞 미바벨 정원. [사진=이선호씨]-젊은 시절 아빠의 경험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아빠=

"20대에 유럽배낭여행을 다녀 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책도 사서보고 인터넷도 열심히 뒤지면서 여행준비를 했다. 4월부터 시작했으니 4개월은 준비한 셈이다.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니 철저히 알아봐야 했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들은 이야기 인데 작은 아들 녀석이 '아빠 멋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막힘 없이 여행 가이드를 한 덕분인 것 같다."

-책에서 안식휴가를 언급했는데.

아빠=

"학교 졸업하고 군대 가고, 취직해 직장인으로, 한 가정의 가장으로 10년을 살았다면 연·월차 다 끌어 모아 한 달 정도 안식휴가를 다녀 올 기회 정도는 주어져야 하지 않을 까 생각한다. 국내에도 1, 2개월 동안 유급 안식휴가를 주는 회사가 드물지만 몇 곳 있다. 가족과 함께 떠나는 안식휴가는 회사를 위해서도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 할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큰아들(치언·초4)=

"용기를 내서 외국인과 대화한 기억이 난다. 영어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한마디 하고 나니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겼다. 보름 동안 언어와 문화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린 것만으로 영어 공부 잘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됐다. 그리스 신화나 세계사를 읽다 보면 여행가서 눈으로 본 곳들이 등장해 더욱 흥미롭다."

작은아들(우진·초2)=

"레고랜드다.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친구들 중에 유럽여행을 다녀 온 사람은 나 밖에 없다. 친구들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많아졌다. 나중에 커서 결혼하면 내 아이와 함께 꼭 유럽여행을 갈 거다."

이씨는 '살면서 꼭 해야 할 10가지' 리스트를 만들고 실천하기를 권했다. 리스트를 작성해 보면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걸 알게 되고 스스로 반성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씨는 '가족과 함께 유럽배낭여행 가기'는 가능한 젊었을 때 실천에 옮겨 보라고 당부했다. "체력이 허락할 때 하지 못하면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유럽을 여행하며 나눈 수많은 이야기는 평생을 두고 인생의 가치를 깨닫게 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누구라도 물어오면 유럽배낭여행에 필요한 모든 정보와 노하우를 대가 없이 알려 주겠다"며 자신의 이메일 주소를 신문에 꼭 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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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찬우 기자 < glocaljoongang.co.kr >

장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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