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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수첩/국내여행

경상북도 영주 무섬마을 사진 기행

여행길 맨 처음 도착한 곳, 영주의 무섬마을. 물위에 떠 있는 섬이란 뜻의 무섬마을은 소백산에서 발원한 서천과 테백산에서 발원한 내성천이 마을 뒤편에서 만나 마을을 휘감고 나가는 형상이 물위에 떠있는 것처럼 보인다라하여 붙여진 이름, 무섬이다. 마을은 반남박씨와 신성김씨의 집성촌이며 단아한 고택과 초가집들이 모여있는 고향같은 마을. 해우당이란 고택엔 대원군의 친필휘호가 걸려있었다. 천하를 쥐고 호령하던 대원군, 어떤 연고로 이 먼데까지 출행을 하셨나, 아니면 의금부도사였던 김낙풍에게 하사한 선물이었을까. 저 글씨체 그 어디에 권력에 대한 집착과 완고함이 들어 있던가. 호방하고 힘찬, 세상 어떤 것에도 거침이 없는 필체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물웅덩이에 물이 없어요. 고기가 모래 위에 올라 올 것 같습니다. 유난히 뭉게구름이 하늘 가득하던 한 낮, 극심한 가믐에 강물은 매말라있고, 모래바닥 물 웅덩이에 바글거리는 피라미 새끼들 구명 운동에 나선 따듯한 마음들, 강에서 손바닥으로 물을 공수해 웅덩이에 부어 준단다, 시집올 때 가마타고 들어 온 이 다리는 상여타고 나갈 때나 다시 밟아 본다는 외부와의 유일한 연결 통로. 그 외나무다리 오늘은 잔치 치루는 날이다. 화사한 여인네들 줄이어 외나무 다리에서 줄타기를 한다. 햇빛 나른한 한 낮, 고향이라면 아마도 이런 모습일게다고 그려보던 마음 속의 고향의 모습, 접시꽃 해맑은 꽃잎이 작열하는 여름 속에서 더욱 향수를 몰아온다. 청옥산 “이러니 내가 어떻게 떠나 오지 않을 수가 있겠어.” 쏟아지는 기침 사이사이로 내 몸 깊숙이 들어오는 푸른 솔냄새, 풀향기, 그리고 꽃향기. 영주의 청옥산 숲길은 아직은 손때가 덜 묻은 완전 청정지역이다. “나무를 보러 오셨습니까 야생화를 보러 오셨습니까.” 약간의 허스키한 음색을 갖고 있던 음성이 매력적이었던 숲 해설가 아저씨의 질문에 ‘둘 다요.’를 외치며 숲길을 걷는다. 꽃을 보기위해서는 5월경이 가장 아름답고, 한겨울이면 70-100cm의 눈이 쌓여 절경이란 해설을 들으며 마음은 훨훨 날아 흰 눈 밭에서 썰매를 탄다. 숲엔 수많은 종류의 나무와 풀과 꽃, 그리고 새들이 모여 살고 있다. 이름도 처음 듣는 나무들이 거의 대부분, 그래, 구지 이름을 알려고 할 필요도 없겠다. “보니 좋더라.”던 성경 창세기의 구절,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보니 “좋더라”였단다. 창조주가 자신의 작품을 놓고 좋다 하셨다는데, 뭐 이래 좋고, 저래 좋고, 이유를 갖다 붙일까. 그저 이곳에 머물 수 있어, 내 이 안에 지금 함께 할 수 있어 좋으면 될 것을. 일상을 떠나 길 위에 서면 (백기사님은 이 좋은 말을 당신의 닉으로 정하셨답니다), 삶은 갑자기 날개를 달아 놓은 듯 이리도 홀가분해 지는 것을, 뭬 그리 이리저리 얼기설기 얽어매며 뒤엉킬 일이 있을까. 버리면 되는 것을, 털어 버리고 훌훌 떠나면 되는 것을, 그래서 이곳에서 웃음은 해맑아 진다. 음성도 거침없이 쏟아져 나온다. 영주의 청옥산, 내 당신을 기억 맨 윗자리에 올려놓겠습니다. 가장 때 묻지 않은 숲의 향기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