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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예술 뒤흔든 아방가르드 정신 좀 더 알리고 싶다”

 

“음악·예술 뒤흔든 아방가르드 정신 좀 더 알리고 싶다”

한·중서 존 케이지 탄생 100주년 기념무대, 홍신자

유주현 객원기자 | 제292호 | 20121014 입력
현대예술의 최전방을 개척한 전위음악가 존 케이지(1912~92).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한국의 대표적인 전위무용가 홍신자(72)가 나섰다. 11일 중국 추모공연에 이어 18, 19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존 케이지 100주년 기념공연 ‘네 개의 벽 & 4분33초’는 생전의 존 케이지와 예술적 교류를 지속했던 홍신자가 케이지의 전위적 예술정신을 재조명하기 위해 기획한 무대다. 해외 아티스트들이 케이지의 대표작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하는 ‘4분33초’와 홍씨가 이끄는 웃는돌 무용단의 무용극 ‘네 개의 벽’ 공연을 1, 2부로 나누어 선보인다.

홍신자와 케이지의 인연은 이번 공연작 ‘네 개의 벽’에서 시작됐다. 1967년 뉴욕에서 27세의 늦은 나이에 무용을 시작해 73년 ‘제례(祭禮)’라는 파격적 춤사위를 통해 “동양 미학을 서양 전위무용에 구현했다”는 찬사를 받으며 세계적인 무용가로 발돋움한 그에게 케이지의 전문 피아니스트였던 마가렛 랭탕이 러브콜을 보낸 것.

“85년 뉴욕에서 열린 존 케이지 페스티벌에 동양인으로는 유일하게 초청받아 ‘네 개의 벽’을 공연하며 만나게 됐죠. 존 케이지가 1944년 작곡한 음악을 바탕으로, 네 개의 벽 안에 갇혀 어디로 갈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삶의 기로에 선 인간의 갈등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한국에선 96년 초연작인데 이번 공연은 새롭게 리바이벌한 것입니다. 예전 공연이 움직임 중심이었다면 이번엔 좀 더 극적인 면을 살렸죠.”

홍신자가 4개국에서 초청한 무용·연극·음악·영상·패션·미술 등 6개 분야 20여 아티스트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공연되는 ‘4분33초’는 52년 발표된 존 케이지의 대표작 ‘4분33초’에 대한 헌사다. 4분33초 동안 아무 연주도 하지 않고 끝나는 충격적인 이 작품으로 음악과 예술의 개념을 뒤흔든 케이지의 아방가르드 정신을 각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각자 4분 33초 동안 다양하게 해석해 보여줄 예정이다.

20여 년간 뉴욕에서 활동하며 존 케이지와 그의 예술정신을 확장시킨 백남준 등 다양한 전위예술가들과 교류했던 홍신자는 그들과의 교감을 통해 동·서양이 융합된 아방가르드 무용의 장을 개척해 왔다. 백남준이 떠난 지금 현대예술의 선구자와 작업했던 한국의 마지막 예술가로서 이번 추모공연을 책임지게 된 이유다. 지난 7월에는 광주시립미술관에서 백남준 80주년과 케이지 100주년을 함께 기리는 ‘동서양인(東西洋人), 존 케이지+백남준+홍신자=251’ 전을 열기도 했다.
“존 케이지는 백남준의 ‘히어로’였어요. 백 선생이 그의 100주년 퍼포먼스를 하는 것이 생전 소원이었는데 못 이루고 갔으니 내가 나설 수밖에 없네요. 우리 세 사람은 장르는 달라도 지향점은 같았죠. 전위적인 스피릿을 케이지는 음악으로, 백남준은 비디오아트로, 나는 춤으로 풀었을 뿐 근원적인 것은 서로 깊이 이해하고 있었어요. 개인적인 인연을 넘어 존 케이지의 사상을 좀 더 알리고 싶어요. 음악의 컨셉트 자체를 바꾼 그의 공헌도는 무한하기 때문이죠. 지난 11일 중국에서 중국 아티스트들과 함께 추모공연을 벌인 것도 그런 이유죠.”

오랜 뉴욕 생활을 접고 93년 한국에 정착한 그는 경기도 안성에 ‘웃는돌’이라는 명상센터와 무용단을 설립해 자연과 인간의 만남을 테마로 한 ‘죽산국제예술제’를 매년 개최하면서 70대인 지금도 꾸준히 현역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원하고 노력하면 나이건 뭐건 극복돼요. 정말 원하는 걸 집중해서 추구해야지 집중을 못하고 이것저것 따지니까 도중하차하게 되죠. 아직까지는 나이와 함께 오히려 점점 무르익는 느낌을 받아요. 춤을 더 이상 못 출 때까지 출 거고, 끝까지 실험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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