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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여행/갤러리 Art Gallery

젊은 작가들 톡톡튀는 ‘세상 공감’

 

충청
젊은 작가들 톡톡튀는 ‘세상 공감’
정혁수 기자 overall@kyunghyang.com
입력 : 2010-10-14 22:38:45수정 : 2010-10-14 22:38:45

 

 ㆍ대전시립미술관 5인 전시회

평면의 전시장은 이내 바다가 됐다. 푸른 빛은 파도가 되고, 고철 덩어리는 바다로 나아가는 고래로 변했다. 이 뿐이 아니다. 버려진 전구들이 하나 둘씩 모이더니 어느새 ‘빛의 정원’으로 환생한다. 젊은 아티스트들의 유쾌한 상상력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이제 미술관은 꿈의 공간이 됐다.

이달 말까지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2010 청년작가 Next Code전’은 대전·충남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망 작가들의 무대다. 기성 작가와 다른 코드로 세상을 이야기하는 이들은 김미소(설치), 김훤환(회화), 신성호(조각), 이원경(회화·설치), 조경란(사진·설치) 등 5명의 작가다. 모두 대전시립미술관이 지난 5월 실시한 공개모집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꿈나무들이다.

조경란의 <저항하는 잡초표면-잡초광장>


김미소씨는 ‘안전한 곳-Garden Project’에서 ‘생명 연장’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한다. 폐전구로 만든 빛의 정원을 통해 ‘버려진 것’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다. 작품 ‘만개’에서는 필라멘트가 끊어진 폐전구를 활짝 핀 꽃 모양으로 만들고, 꽃수술 부분에 온전한 빛을 발산하는 알전구를 배치해 하나의 생명체를 탄생시켰다.

자화상은 화가들의 오랜 표현물이었다. 김훤환씨는 바로 이 자화상을 주제로 세상의 패러독스를 그려내고 있다. 작품 ‘나를 먹다’ ‘나를 밀다’ 등을 통해 그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그러나 동시에 존재하는 현상을 표현해 내고 있다.

김훤환의 <나를 밀다>


“작가는 이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이면을 바라볼 수 있는 감식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얘기하는 신성호씨는 철, 흙 등 인간문명에 의해 무분별하게 파괴되거나 관심 밖으로 밀려난 자연으로부터 다시 그 자연의 숭고함을 바라보고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이원경씨의 작품은 기이한 생물들로 가득하다. 금속 표면에 동물의 털을 입힌 툴 애니멀(Tool Animal), 철사 뜨개 작업 등 독특한 설치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조경란씨는 우리를 지배하려는 권력의 영역을 작품의 소재로 삼는다. 국회의사당, 정부대전청사 등 권력의 공간과 거짓 이미지로 각색된 자본주의 상품들, 미디어 권력으로서의 신문의 작동 양상 등을 그려냈다. 작품을 보다 보면 권력이 어떻게 내 생각을 조종하고 있는지에 대한 답을 스스로 구하게 된다. 김문정 학예연구사는 “청년작가들은 ‘하나로 규정지을 수 있는 청년의 양식이 없다’는 말처럼 톡톡 튀는 감수성과 통제할 수 없는 상상력을 겸비하고 있다”며 “이 시대의 새로운 매체에 대한 실험과 도전 그리고 열정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경의 <철사로 뜨개질 되는>(왼쪽)·김미소의 <아이리스>


‘청년작가전’은 실력 있는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육성한다는 취지로 대전시립미술관이 1999년부터 마련하고 있는 기획전시 프로젝트다. 그동안 육태진, 김동유, 민성식, 권영성, 권인숙, 육종석씨 등 유명 작가들이 이 관문을 거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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