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혁
공학박사(도시설계)
풍차와 튤립의 나라. 중세 한국의 모습을 세계에 알린 하멜의 나라이면서 황제의 특사인 이준 열사가 순국한 네델란드의 수도가 ‘암스텔담’이다.

부유한 상공업의 도시로 인구는 약 50만 명. 관광지로서 유럽에서는 런던, 파리, 로마만큼이나 인기가 높은 도시이다.

‘네델란드(낮은 나라)’라고 할 만큼 국토의 24%가 해수면보다 낮다. 그럼에도 네델란드인들은 불굴의 노력으로 둑을 쌓아 땅을 넓혔다. 그래서 ‘지구는 신이 만들었지만, 네델란드는 네델란드인이 만들었다’고 말한다.

지정학상 북부 유럽과 중부 유럽을 연결하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 그런 나라가 대개 그렇듯이 힘 센 나라 틈에서 온갖 풍상 다 겪으면서 오늘날까지 왔다.

‘암스텔담’처럼 아름다운 도시를, 근면과 의지력만으로 이만큼 가꿔 놓은 것을 보면 대단하다는 칭찬을 아낄 수 없다.

‘암스텔담’은 17세기 이후 지금의 모습과 같은 도시계획이 됐는데, 도시 자체가 온화하고 섬세하게 계획이 됐다고 평가받는다. 도시 모양은 부채꼴로 발달됐으며, 세부적으로 연결되는 도로망들과 잘 계획된 도시구조가 친밀감을 준다. 항만, 통신, 도로 등의 기반시설이 비교적 잘 돼 있다.

물 반 땅 반, 운하와 유람선과 주변의 역사적 건물들은 한 폭의 풍경화다. 그래서 암스텔담을 가리켜 ‘북방의 베니스’라고 높여 불러준다. 이 도시를 레이스처럼 수놓고 있는 수십 개의 운하들과 500여 개의 교량들이 도시 전체를 멋스럽게 만들어 놓고, 그리고는 이 운하를 이용한 교통으로 인해 여기에 사는 이들이 편리한 생활을 하게 한다.

   
암스텔담의 상징인 ‘풍차’. 아름다운 풍광과 운치 있는 중세 건축물들로 인해 많은 관광객들이 이 도시를 찾아온다.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유럽의 도시들이 큰 피해를 봤으나 암스텔담은 다행히 피해 정도가 크지 않았다. 건물들이 고풍스러워 기차역, 상점, 호텔들까지도 무슨 왕궁 같아 보여 공연히 기가 죽는다.

‘암스텔담’은 유럽의 슈퍼마켓이라고도 불려지는 만큼 세계 각국의 상품을 싼 값에 살 수 있다. 그 유명한 네델란드 ‘치즈’만 하더라도 종류가 하도 많아 고르기가 어렵겠지만, 그래도 몇 덩어리 사주는 것이 예의다.

탄탄한 사회보장이 이 나라의 자랑거리이며, 어디 가든지 줄 서는 것은 기가 막히게 잘 훈련돼 있다. 고흐미술관, 국립미술관, 꽃시장, 섹스박물관, 이준 열사 기념관, 렘브란트의 집, 안네프랑크 생가, 홍등가(Red Light) 등을 사람들은 들려 본다.

‘홍등가’는 국가에서 공인된 구역이자 관광코스로서 각종 섹스숍, 포르노숍이 운하 옆으로 즐비하게 늘어 서 있다. 쇼윈도우 안에 마네킹인 줄 알았더니 실제 아가씨들이 거의 벗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암스텔담인들은 성에 대해 매우 개방적이다. 유럽인들은 별 걸 다 가지고 관광 자원화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암스텔담의 이것저것을 보기 위해 1년에 무려 40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온다는 기록이 있다.

1970년대 암스텔담 인구 1/2을 주변의 도시로 ‘재배치’하고자 했던 대담한 시도는 결국 시민들의 저항으로 실패했지만 매우 의미 있는 개혁으로 도시설계가들이 평가하고 있다. 집중의 폐해가 많은 우리의 도시 몇 개도, 그렇게 인구를 덜어 내는 노력을 좀 해 봤으면 속이 시원하겠으나 ‘암스텔담’처럼 성공률은 매우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