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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에세이 Photo Essay

기차 여행~♬ ♬

 

 

 연일 찜통 같은 후덥지근한 날씨임에도 어디든 떠나고 싶다. 

기차를 타고 어디든 가고 싶다. 태백,부산, 목포..어디든 종착역까지 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오래전 유레일 패스를 갖고 유럽 곳곳을 다닌 적이 있다.  주로 독일 뮨헨에서 출발하고 다시 뮨헨으로 돌아오는

일정이기는 했다.  그런데 그 즈음은 해외 자유화가 막 시작된 시기여서 한국인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때였다.

거리를 돌아다니면 걸어가다 말고 뒤돌아서 동양인인 나를 한번씩 쳐다보곤 했었으니까.

 

 하루는 친구가 살고있는 독일 북부 하노버에 가기위해 뮨헨 중앙역에서 기차를 탔다.  기차를 타고 출발을 기다리며

무심코 차창밖을 바라보는데 기막힌 광경이 눈에 들어오는것이 아닌가!  기차 바로 옆에서 연인 인듯한 커플이

서로 부둥켜안고 찐~한 스킨십을 하는것이었다. 한참을 그러더니 기차가 경적을 울리자 아쉬운 듯 떨어지면서

여자가 쵸콜렛 한 봉지를 남자에게 건네 주었다. 그들은 기차가 출발하고서도 헤어짐이 아쉬운 듯 한참을 서로 손을 흔들었다.

 

 차창밖으로 더이상 여자가 보이지 않자 그 남자는 비로소 자신의 좌석을 찾아서 두리번 거리면서 오는데 어머나,

바로 내 앞자리였다.  그는 좌석을 정돈하고 자리에 앉자 비로소 내가 보이는지 눈인사를 했다. 물론 나도 눈인사!

얼마쯤갔을까, 그의 옆자리에 술취한 남자가 앉아있었는데 이상한 듯 나를 한참 바라보더니 뭔가 시비하는 투로 말을

할려고 하는데 말이 통하지않아 무척 난감했었다. 그때였다, 그가 그 술취한 남자를 다독이며 나에게는 괜찮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안심을 시켰다. 정말 너무나 감사하고 고마웠다.

그런데다 그는 연인이 준 쵸콜렛 한봉지도 몽땅 내게 쥐어 주는것이었다.   아마 동양인이 혼자 기차를 타고 가니까

그도 무척 신기했던 것 같다.

 

 뭐 어떻튼 고맙다고 말하고는 싶었지만 그는 영어를 못하고 나는 독일어를 못하다보니 내가 하노바역에서 내릴 때까지

그저 감사하다는 표정만 지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그 술주정뱅이 남자한테 큰 봉변을 당했을지도 모를일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그와는 헤어졌지만 나는 가끔 그가 생각난다.  유럽을 처음 여행하면서 차내에서 도움을 받아서인때문인지... 

사진이라도 찍어놓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때는 필림 카메라인데다가 그 상황에 미처 사진 찍는 다는 생각을 못해서

그저 그의 윤곽만 생각날 뿐이다.  그후로는 뭔가 기념이 될 만한 것은 거의 사진을 찍는 편이다.  

훗날 사진을 보면서 그당시를 회상 한다면 여행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말이다. 

 

 오늘도 문득 기차여행을 생각하면서 그때 생각이 나는 것은 당연할테다.  긴 시간 기차 여행을 하면서 좋은 인연을 만나고,

또 각자 목적지에서 내린다해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을 그런 추억 쌓기가 그리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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