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 바다서 접한 역사의 상흔>

임윤 시집 '레닌 공원이 어둠을 껴입으면' 발간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오호츠크 바다에 검은 빛이 번지고 자이로스코프에서 노려보는 태풍의 외눈, 선창에 박명을 등진 거친 파도가 울부짖습니다/짧은 포물선 긋는 태양의 궤도에 섬을 돌고 도는 되새김질의 나날/툰드라의 바람에 자작나무 비벼대는 소리 바삭바삭 들려옵니다"('난바다에 출렁이는 눈동자' 중)
이 시를 쓴 임윤(51) 시인은 1990년대 사할린의 차가운 바다를 누비며 연어 사업을 벌였다. 시베리아 벌판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과 거친 파도를 헤치며 고독하게 삶을 돌아봤다.
2007년 '시평'으로 등단한 시인의 첫 시집 '레닌 공원이 어둠을 껴입으면'(실천문학사 펴냄)에는 당시 수시로 이방인이 돼야 했던 그의 내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통조림용 빈 깡통 싣고 동해를 헤엄쳐/달포 만에 코르사코프 항에 닿은 화물선/낯설지 않은 파도의 손짓 (중략) 자작나무 즐비한 아무르강 건너/모스크바로 이어질 시베리아 횡단철도/또다시 낯선 길 떠나야 할 연어들"('항로' 중)
시인은 시집에서 단순히 광활한 바다의 풍광을 전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할린과 시베리아 곳곳에 자리 잡은 역사 공간에도 주목한다. 이 공간은 우리 역사의 아픈 상흔을 비롯해 조선족과 고려인의 삶으로 연결된다.
시인이 거쳐간 곳은 '사할린 남쪽 KAL 007기가 사라진 곳'('사할린에는 연어가 산다' 중)이자 '탈출을 시도하는 시베리아'('우리들의 대화법' 중)이며 '어둠이 문자를 삼킨 성벽에서 제국의 연대기'('흔적1')인 셈이다.
"젓갈 냄새만은 기억하는 노파, 세월 지나도 잊지 못할 보리밥 덩이에 얹어 먹던 곰삭은 젓갈/샛강 거슬러 오를 날 기다리며 지느러미 꺾일 때까지 태생의 냄새 기억할 카레이스키 연어들"('멸치 젓갈' 중)
시인은 한발 더 나아가 국내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조선족, 이주노동자, 탈북자에게까지 관심의 폭을 넓혀간다.
또 그는 두만강 국경선을 몰래 넘어가는 북한 주민의 애환과 사할린 노동 현장에서 만난 한국과 북한의 노동자 이야기를 통해 분단의 벽과 디아스포라(민족의 이산)를 뛰어넘는 공감대 구축을 시도했다.
"두만강 푸른 물을 다시 볼 수 있을까 내 님을 싣고 떠난 배는 언제나 올까 떠다니는 뗏목들만 경계가 지워진 국경을 넘나드는데/그리운 내 님이여/출렁이는 내 님이여"('두만강 푸른 침묵에' 중)
144쪽. 8천원.
cool@yna.co.kr
(끝)
|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 [2011-10-25 10:37 송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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